근로자 2명 숨지고 1명 중태
안전장비 안 갖췄다가 참변

▲ 20일 오후 3시15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공장 정화조에서 근로자 질식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다. 119구조대원들이 산소호흡기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충북 청주에서 산업현장 질식사고가 터져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20일 오후 3시15분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유제품 생산업체 정화조에서 근로자 3명이 가스에 질식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이 공장 근로자 A씨(45)와  B씨(49)가 숨지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C씨(44)는 상태가 악화돼 대전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설담당자인 A씨는 정화조 설비에 이상이 있어 점검하기 위해 지하시설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을 지나던 B씨와 C씨는 "사람 살려"라는 비명을 듣고 다급히 구조를 위해 정화조 안으로 들어갔다가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원이 정화조 안에 들어갔을 당시 성인 발목 높이까지 오물이 차 있었고, 근로자들은 이미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정화조는 공장 내 별관 건물인 복지관(식당·숙소)에서 발생하는 오폐수 등을 모아 외부 처리장으로 내보내는 시설이다.

이 같은 산업현장 질식 재해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최근 5년 동안 밀폐공간에서 발생한 질식재해사고는 114건으로, 이 중 92명이 숨지고 88명이 부상하는 등 사망률이 50%를 넘는다.

밀폐된 공간인 정화조는 평소에도 암모니아가스나 일산화탄소 등 유독 가스가 발생해 항상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은 기온 상승으로 부패속도가 빨라지면서 유독가스 농도가 상승, 산소결핍 상태가 되기 쉽다. 산소결핍은 산소 농도가 18% 미만인 상태인데, 이런 곳에서 작업할 경우 심하면 순간적인 실신과 함께 5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구조 당시 정화조 입구 주변에서도 매쾌한 냄새가 코를 찌를만큼 내부에는 가스가 가득차 있던 것으로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전보건공단은 밀폐공간 작업 현장별 매뉴얼을 통해 작업 전에는 반드시 내부 공기 상태를 측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산소농도가 18% 미만인 장소에서는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등 호흡용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에서도 산소농도 측정기와 공기호흡기 등이 필요할 경우 이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사고 현장에서는 이들이 착용한 것으로 보이는 안전장비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이들 모두 안전장비는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작업을 하게 된 경위와 안전관리 수칙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과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 처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숨진 근로자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조만간 업체 관계자를 불러 과실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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