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어떤 사나이가 병에 걸려 의사를 찾았다. 의사는 정중하게 진찰한 다음 이렇게 말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한방약을 달여 먹으면 곧 회복될 것입니다." 사나이는 약방에 가서 처방대로 약을 샀고 의사가 말한 대로 복용했지만 병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악화되기만 했다.

사나이는 화가 나서 의사한테 쫓아가 따졌다. 의사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다시 한 번 진찰해 보았지만 처음 한 진찰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그 사나이의 집에 가서 달인 약 찌꺼기를 조사해 본즉 자기의 처방과는 전혀 다른 것이 아닌가. 의사는 아무렇지도 않는 듯이 말했다. "아무리 진찰에 틀림이 없다 하더라도 약방이 엉터리 약을 팔고 본인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병은 치료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중국의 우화(寓話)다. 아무리 진찰이 정확하더라도 어딘가에 속임수가 있으면 나을 병도 나을 수가 없다. 방향성(方向性)이 올바르더라도 수단에 잘못이 있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비근한 예가 있다. 몇 해 전 시내 중앙 통에 아담한 맥주홀이 개점되었다. 주인인 H녀는 "xx시 제일가는 고급 맥주홀로 만든다."는 열의에 차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손님은 줄어만 갔다. 그 이유는 외상대금의 추심에 깡패들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자금 사정도 있었겠지만 이래서는 고급 손님이 찾아올 리가 있겠는가. 지금까지 왔던 점잖은 손님 대신 건달들이 몰려왔다. H녀와 친했던 사람들조차 건달패들과 시비가 일자 아예 발길을 끊어 버렸다.

 H녀는 "지금은 어쩔 수가 없지만 여유가 생기기만하면‥‥" 외상술값을 독촉하지 않고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지불해줄 때까지 기다리겠노라고 벼르고 있었지만 급하니까 비상수단을 쓰겠다는 태도여서는 당초의 목표가 달성될 턱이 없다. 고급 손님들을 상대하려 했다면 설령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외상대금의 추심에 깡패를 동원하지는 않았어야 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고 하지만 건달패들이 출입한다면 점잖은 손님을 올 수가 없다. 자금사정이 좋아지면 건달패들은 출입을 못하게 하고 고급 손님만을 받겠다고 생각했겠지만 세상 일이 어디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뿐만 아니라 갑자기 점포의 개성이나 분위기를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이 목표를 확립하다는 것도 어렵지만 목적, 목표가 확실히 되었다 하더라도 수단에 잘못이나 속임수가 있어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이다. 좋은 목표에 좋은 수단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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