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처서(處暑)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여전하다. 하지만 아침, 저녁 약간의 선선함이 있어 절기는 속이지 못하는구나 싶다. 봄에 씨앗을 뿌리며 "올해 날씨가 어떨지, 올 추석이 일러서 햇곡이나 과일들이 제대로 맛이 나려는지" 등등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올 여름은 너무 뜨겁고 무덥다. 처서가 지났지만 아직도 한낮은 불볕더위다. 한낮의 매미소리조차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어둠속에서 칠 년의 고통을 단 칠 일만에 풀고 가야하는 매미의 삶이었기에 태양빛 보다 더 강렬하게 무거운 공간을 가르는가!

 "처서 밑에는 까마귀의 대가리가 벗겨진다"라는 속담도 있다. 처서 무렵의 마지막 더위는 까마귀의 대가리가 타서 벗겨질 만큼 더위가 심하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어쨌든 나이 들수록 자연의 섭리가 오묘하다는 것을 더욱 느껴간다. 절기를 따라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서서히 떠날 차비를 한다. 우리는 자연과 사람과 서로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무슨 일이든 조급함에서 벗어나 느긋해져야함을 자연에서 느낀다.

 기다린다는 것은 애간장을 태우는 일이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면 느긋함으로 기다리는 일 뿐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서로의 다름에 대해 인정해주고 배려하며 서로를 편하도록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 일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자연은 때가되면 모든 것들을 이루어 내듯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지. 무더위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힘찬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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