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변호사

 

[이영란 변호사] 어느새 하늘이 높아졌다. 가을이 온 모양이다. 곧 추석, '민족의 대명절'이다. 그런데 마냥 즐겁고 행복해야 할 것 같은 명절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또는 1년에 몇 번 보지 못하는 고향친구들과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강력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또 명절에 부부싸움을 많이 하며, 명절이 지나간 후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실제로 명절 이후 이혼율뿐만 아니라 소송도 다소 증가한다는 통계까지 있다. 왜 그런 걸까? 재산 다툼, 부모부양문제, 여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가정문화, 단순한 감정싸움 등등 그 원인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문제는 어떤 이유로든 다툼이 발생하였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이다. 사실 다툼은 사소한 이유로도 발생하지만, 그 다툼을 해결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친구사이건 친척사이건, 심지어 형제사이에도 '법대로'를 외치며 소송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물론 당사자 사이에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법대로' 따져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무조건 '법대로' 한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결론을 얻는 것도 사실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대로'만 외치다 보니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감정싸움 때문에 더더욱 꼬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사자들을 위해 더 좋은 경우도 분명 있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이 어찌 법으로만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겠는가? 지금 당장의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관계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가족이거나 지인이라면(부부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작용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다툼이 생겼을 때 그 다툼에서 이기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기더라도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하고, 질 때 지더라도 어떻게 잘 지느냐 역시 중요하다.

 법은 다툼을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소송을 통해 모든 것이 원만히 해결되고,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소송을 통해 법의 판단을 받더라도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사람 사이에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송사(訟事)가 결코 만사(萬事)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해야겠거든 제대로 소송을 해서 제대로 잘 이기고, 또 제대로 잘 지자. 그래야 그나마 모두가 결과에 만족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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