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 한국교통대 교수

[김창기 한국교통대 교수] 다음 주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돌아온다. 누구나 명절이 되면 마음은 고향으로 가고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을 만날 기대에 들뜨게 된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자리를 잡은 자식들은 명절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오랜만에 자식들을 만난 부모들은 그동안 근황을 듣기도 하고 일 년 내내 수확한 농산물을 자식들이 타고 온 차에 가득 실어 보내며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로 추석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대에 차있는 것과는 달리 명절이 오히려 부담스럽고 불편한 이웃들도 있다. 부모 없이 사는 소년소녀가장, 자식들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자식이 없는 독거노인, 생활이 어려워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하는 기초수급대상자…. 이들에게 명절은 또 하나의 고통과 슬픔으로 다가온다. 남들처럼 충분한 경제적 여유를 갖지 못하고 생활하기에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는 것이나 이웃들에게 선물을 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물론 각 지자체와 단체 등에서는 이들을 위해 각종 선물을 들고 찾아와 위로를 하지만 이것 또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적십자사 등 각종 구호단체에는 연말연시에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성금과 성품이 집중됐다. 연간 총 모금규모의 80~90%가 11월~1월 사이에 모아졌다. 이후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는 자투리모금부터 사업자들이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기 시작하면서 정기적인 기부를 하는 문화가 점차 뿌리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각에서는 명절 때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명절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른 체 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곤 한다. 반면 자신도 넉넉하지 않지만 눈에 띄지 않게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을 준다.

 몇 해 전 한 아주머니는 자신이 청소부로 일하면서 번 돈으로 딸과 함께 반지하방에서 생활하면서도 매월 5만 원씩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해온 것으로 밝혀져 감동을 줬다. 이분은 수년간 이러한 선행을 베풀고도 이를 뒤늦게 알고 찾아온 기자에게 자신의 일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오히려 사정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소위 그룹 총수 일가의 문제들로 들썩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누가 부자인가를 묻고 싶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갖고 있으면서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탈세나 횡령을 하고 살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는 인색한 갑부와 비록 청소부로 몇 십 만원을 벌지만 작은 금액이라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정기적인 기부를 하는 아주머니 중 누가 부자일까? 경제적 측면에서는 당연히 갑부가 부자이겠지만 마음이 편한 쪽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청소부 아주머니가 아닐까? 명절에만 얼굴을 내미는 형식적인 기부보다는 꾸준하게 사랑을 보여주는 진심어린 기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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