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박기태 건양대 교수] 우리의 생활을 잠시나마 돌이켜 생각해보면 "바쁘면 깜박할 수도 있지"라고 사소하게 치부되는 일부터 단체 행사의 프로그램 작성과 같이 신중하게 다루어야할 중요한 일까지. 우리들은 종종 해야 할 일들을 미루곤 한다. 흔히들 이것을 '지연행동'이라고 한다. 한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유감스럽게도 어린이나 청소년들보다도 성인의 대략 25퍼센트 정도가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미루는 경향을 보였다.

 지연행동은 때때로 게으름이나 나태함과 동일시되어 좋지 못한 습관으로 여겨지는 성향이 농후하다. 하지만 때론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일을 걸러 내고 정신적 완충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창의성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한창 논문에 매달려 전전긍긍해야 할 시기에 부족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OO카드사에서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감금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논문작성과 아르바이트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나의 학위 논문 대부분이 미루기와 벼락치기로 이루어졌고 그런 와중에 창의성이 발휘되어 지도교수님의 인정을 받아 학위수여식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건 물론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연행동이 습관적으로 몸에 배어 부담감으로 자책에 빠지기 쉬우며 비슷한 상황에서도 지연 행동을 하지 않고 잘 해내는 다른 이들과 자신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의 시간과 노력의 법칙(Edwards Gesetz von Zeit und Aufwand)'에 따르면, 어떤 과제에 대한 노력은 마감일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지는데, 그 노력이 남아 있는 시간에 반비례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마감일이 가까워질수록 과제 의지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만약 과제작업에 가능한 시간이 8분의 1만 남아있어도 여덟 배가량의 에너지를 쏟아 부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흔히 '초인적인 힘'이라고 말하지만, 이러한 지연행동의 반복을 직장이나 학교생활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음을 말하고 싶다.

 지연행동의 반복은 어떤 과제에 대한 중요성은 자칫 간과할 수 있으며 시간의 촉박함으로 자포자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심리학 박사 닐 피오레는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의 저서 <미루는 습관 지금 바꾸지 않으면 평생 똑같다>에서 사람들이 왜 일을 미루는지, 어떻게 미루는지 그리고 휴식을 취한 후에 시간표에 알맞게 행동하는 요령을 꼬집어 말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휴식을 취하면서도 죄책감 없이 작업의 질을 높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올 여름은 무지하게 더웠다. 무력감으로 중요한 일들을 미루는 행동을 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잠시만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중요성을 머릿속에 그려본다면 과제 목록을 작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지연행동의 반복에서 벗어나 조금은 여유가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막연하게 두루뭉술한 계획보다는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계획을 한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더 나은 내일이 보장될 수 있음을 아울러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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