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일본정부 관광국에 의하면 지난 2015년에 일본을 방문했던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도 대비 45.6%가 증가해 2,135만 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 동안 '관광산업육성'을 표방하고 정부 주도로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유치정책에 힘입어 사상 처음 외국인 관광객이 2,000만 명을 넘은 것이다. 올해에도 증가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4월에는 구마모토에서 비교적 큰 지진피해가 발생했는데도 과거 최대의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하였다. 이대로 가면 연말을 기다리지 않고 무난히 작년의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왜 이토록 많은 세계인들이 일본을 좋아하고 찾는 것일까? 아름다운 경관,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 생활 속에 응용된 최첨단 과학기술 등등, 그 이유야 각자 조금씩 다르지만 누구나가 지적하는 것이 일본만이 갖는 문화의 매력이다. 일본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가 있고 한번 빠지면 좀처럼 거기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세계적인 석학, 프랑스의 구조주의(構造主義) 문화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vi-Strauss)도 그런 일본문화에 매료되고 심취한 한 사람이다. 그는 저서 '달의 이면'에서 이렇게 말한다. "일본이 고대로부터 중국이나 한국에서 문명의 빛을 받고 그 빛 아래에서 성장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몇 세기에 걸쳐서 그 많은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문화는 결코 중국적이지도 한국적이지도 않다"

 "그뿐인가", 레비스토로스는 말을 이어간다. "1868년 명치유신(明治維新)을 맞이하자 일본은 근대화를 위해 유럽에서 수많은 기술자, 지식인을 초빙해 나라 전체를 서구화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영국에서는 산업을, 독일에서는 법을, 프랑스에서는 예술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문물을 도입하고 문화를 흉내 내기 위해 무단히도 애를 썼지만 끝내 일본은 그 어떤 나라와도 닮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처참하게 패배한 다음 일본이 미국의 속국 또는 한 개 주가 됐나 싶을 정도로 헌법을 뜯어고치고 국체(國體)를 바꿔가면서까지 미국 일변도의 정책을 폈지만 지금의 일본은 미국의 어떤 주와도 닮아 있지 않다. '문명의 충돌'의 저자 새뮤얼 P. 헌팅턴은 일본을 인류문명을 대표하는 여덟 개 문명권 중 하나로 간주하고 '일국일문명(一國一文明)'이라는 매우 특수한 위치에 자리매김한다.

 일본문화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드리고 그대로 간직하고 보존하는 특징이 있다. "언젠가 훗날에 중국이 중국을, 유럽이 유럽을, 미국이 미국을 잊어버렸을 때 그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일본을 방문하라"고 레비스토로스는 권장한다. 일본정부는 2020년에 4,000만 명, 2030년에는 6,0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고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개성적인 나라"라는 지신의 정체성을 망각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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