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송준휘 대전 유성선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 송준휘과장

[대전=충청일보 이한영기자] 2009년 신종플루(Influenza H1N1) 대유행, 2014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국내 발병과 간헐적인 지카 바이러스의 한국인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전염성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전염병의 전파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도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다양한 전염병 중에서도 수천 년간 인간을 괴롭혀온 '결핵', 특히 체내에서 소수의 균으로 살아있는 동안에는 전파의 위험이 없지만 활성화되면 전염성을 띄는 '잠복결핵'에 대해 유성선병원 호흡기내과 송준휘 과장(사진)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몸 안에서 소수의 균으로 살아있는 '잠복결핵'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의 진료 지침에 따르면 잠복결핵이란 '체내에 소수의 살아있는 균이 존재하지만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으며, 증상이 없고, 객담 검사와 흉부 X선 검사에서 정상인 경우'로 정의한다.

병의 정의를 다시 풀어보면 잠복결핵은 실제 몸 안에 적은 수의 결핵균이 들어와 있는 것은 맞지만, 소수의 균이 활동을 시작하기 전 잠복한 상태로만 있기 때문에 남에게 전파되지는 않는다.

최근 결핵 접촉이나 전염에 관한 언론보도가 잦은데, 사실 잠복결핵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주위를 맴돌던 익숙한 질환으로 2006년에 들어서면서 잠복결핵의 비율이 28%(1045명 대상 연구)로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과거 투베르쿨린 검사를 통해 실시한 전국결핵실태조사를 보면 20-24세의 양성률이 1985년 74.5%, 1995년 59.3%에 달했을 정도로 높았다.

◇흉부사진, 혈액검사로 잠복결핵 확인

활동성 결핵은 폐암이나 전신에서 나타나는 염증질환인 유육종증과 같이 치료방법이 전혀 다른 질환과 감별이 어려워 몇 단계의 검사를 필요로 하며, 잠복결핵 역시 한 가지 검사로만 병의 유무를 알기 어렵다.

기본적으로는 흉부 단순 X선 검사를 통해 활동성 결핵을 시사하는 큰 병변이 없는지 확인하고, 이후 보통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와 혈액검사를 추가해 감염정도를 확인한다.

투베르쿨린은 과거부터 많이 쓰인 방법으로 결핵 진단을 위한 피부 검사에 쓰이는 항원으로 결핵균에서 추출한 글리세린을 체내에 투입해 부풀어오르는 크기로 감염정도를 판단한다.

최근에는 결핵 예방 접종 등의 요인으로 결과가 왜곡돼 나오는 위양성 문제와 시약 수급 문제 등으로 인해 혈액검사를 더 권장하는 추세이며, 흉부사진과 혈액검사에서 이상이 보일 경우 가래검사와 흉부 CT, 필요에 따라서는 기관지내시경 검사로 정밀 검사를 하고 잠복상태를 넘어선 활동성 폐결핵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잠복결핵 확인 시 결핵약 복용해야

활동성이 있는 결핵이 아니라 잠복상태의 결핵으로 확인되면 그에 맞는 항결핵제를 선택해서 복용해야하며, 항결핵제로는 아이소니아지드(Isoniazid, 1951), 리팜핀(Rifampin, 1959), 에탐부톨(Ethambutol, 1961), 피라진아마이드(Pyrazinamide, 1956) 등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잠복결핵은 경우에 따라 한두 가지 약을 선택해 복용하고 활동성 결핵 환자는 네 가지 또는 세 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데, 이들 약제는 괄호 안에 각각 소개된 연도에서 알 수 있듯 60년에 달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직장·학교 밀접접촉자까지 혈액검사 지원 확대 필요

잠복결핵의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혈액검사(IGRA)는 최소 3일에서 길게는 1주일까지 비교적 긴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는데다가, 검사비용 또한 10만원에 달하고, 검사비의 국가지원 대상자가 결핵환자의 가족단위 위주로 책정돼 있어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혹시라도 직장이나 학교에서 결핵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은 본인이 고가의 비용을 부담해가며 혈액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잠복결핵의 원활한 선별검사와 치료를 위해서는 혈액검사의 검사비 보조 대상자를 가족 단위에서 직장과 학교 내 밀접접촉자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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