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새누리당이 파행 중인 국회 국정감사 복귀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하고 있다. 복귀하자는 이정현 대표의 당부가 의원총회에서 무시되면서 대표는 리더십에 흠집을 입었고, 당은 전략 부재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편파적 회의 운영 시비로 불거진 여당의 국정감사 거부, 이에 따른 야당만의 반쪽짜리 국정감사가 늦게나마 제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됐던 것 역시 불투명하게 됐다. 국가 기관을 비판·견제하는데 있어 국회가 가진 가장 큰 무기인 국정감사를 의원 스스로 포기한 의원들의 직무유기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눈총, 그에 따른 불신과 혐오는 더욱 깊어졌다.

일이 이 지경까지 오는 과정에서 정치권, 특히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볼 걸 다 보여 주다시피 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표가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고, 의원들은 국회 일정을 거부(보이콧)하며 그들에겐 생소한 1인 시위까지 벌였다. 애꿎은 피감기관에 언제 열릴지 모르는 감사를 준비하는 수고스러움을 안겨줘 그만큼 국민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리게 했다, 급기야 국회의장을 '~씨'라고 부르고, 국회의장 사퇴촉구결의안과 징계안 제출에 이어 검찰 고발을 예정하는 막다른 상황까지 갔다. 사태의 심각성 때문인지 여당의 이탈도 이어졌다.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당 방침을 거부한 채 상임위원회를 열려다가 동료 의원들에게 사실상 감금, 야당 의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렇게 20대 국회 들어 첫 국정감사는 여야 대립으로 첫날부터 파행했고 국민에게 여당 의원에게서 보기 힘든 장면을 지켜보게 하면서 상대를 거부, 마주 오는 열차처럼 극한 상황에 빠졌다. 야당 역시 수를 앞세운 일방통행, 횡포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여야 모두 '네 탓이오'를 외치면서 정치권의 화두인 협치는 실종됐다.

이런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여당이 주장, 제기한 의혹대로 국회의장이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 하더라도 과연 그게 국정감사를 거부할 정도의 중대 사안인지 묻고 있다. 세간에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대통령 비선 개입 소문으로 여권에서 말 꺼내기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조성 같은 거듭된 의혹이 국정감사장에서 거론되는 걸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할 정도였다.

이런 비난 속에 뒤늦게나마 여당 대표가 국정감사 거부를 철회한다고 했지만 다른 의원들에게 거부 되며 보이콧 정국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게 됐고, 이를 보는 국민의 허탈감은 더 커졌다. 국민은 여야 모두 싸워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주문을 하고 있다. 단순히 국회 청사라는 공간적인 의미가 아닌 국회 본연의 업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주장하고, 따질 걸 당부하고 있다. 국회는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고, 국정감사 또한 국민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을 대신해 의원에게 주어진 귀하디귀한 권한을 내팽개치면 국민 대의기관이라 할 수 없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