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첫날

▲ [충청일보 권보람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를 금지하는 '김영란법'시행 첫날인 28일 충북도청 구내식당이 점심식사를 하는 직원들로 북적이고 있다.
▲ [충청일보 권보람기자] 28일 청주 시내의 한 식당이 점심시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공서 주변 식당 매출 반토막 '전전긍긍'
황금연휴 앞둔 골프장 주말 예약 대폭 감소

[충청일보 송근섭기자]청탁금지법으로 인한 골프장·식당 등 관련 시장 위축이 법 시행 하루 만에 현실로 나타났다. 충북에서도 예약 취소·매출 하락 등 피해를 호소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8일. 다음달 1~3일 '사흘 황금연휴'를 앞두고 예전 같으면 예약이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할 골프장 직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청탁금지법 탓에 주말 예약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충북 청주시의 한 회원제 골프장은 주말의 경우 80팀 전후로 예약이 가득 찼지만, 이번 주말에는 50팀 안팎에 그치고 있다. 주말을 앞두고 예약이 늘어나기는커녕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때문에 부담스럽다며 예약을 취소하신 분들도 몇몇 된다"며 "앞으로도 매출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골프 접대는 편의제공에 해당돼 금액과 관계없이 불가능하다. 무기명 회원권을 대여하거나 회원권을 소지한 사람과 함께 할인혜택을 받아도 법에 저촉된다.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골프를 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비회원 기준으로 주말 이용요금이 30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내 돈 내고 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했던 대중제(퍼블릭) 골프장도 움츠러들긴 마찬가지다. 충북 청주의 한 대중제 골프장은 주말 예약률이 평소 95% 수준에서 이번 주 80% 정도로 줄었다. 아직까지는 큰 영향을 느끼지 못하는 다른 골프장들도 청탁금지법이 향후 악재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관공서 주변 식당가는 법 시행 첫날부터 공무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충북도청 인근의 한 일식집은 평소 점심시간이면 2층에 마련된 5개의 방에 예약이 가득 찼지만, 이날 점심에는 예약이 한 건도 없었다.

이 식당 업주는 "가뜩이나 원재료 값도 올라서 25㎏짜리 대구 한 박스(약 7마리) 가격이 7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지금도 대구탕을 1만5000원에 팔고 있는데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없고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청주시청 인근의 한 중식당은 충북도청·청주시청 공무원들의 단골 모임장소였지만 단번에 단체예약이 크게 줄었다. 이 식당 관계자는 "하루 평균 매출이 150~200만원대는 됐는데 요즘은 100만원을 넘기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매출을 유지하는 인근 식당도 갑작스레 늘어난 '더치페이' 때문에 카드수수료 부담 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인근 식당의 한산한 모습과 달리 충북도청 구내식당은 이날도 300명 가까운 직원들이 몰려 대조를 이뤘다.

충북도청 인근 식당 업주는 "그렇지 않아도 구내식당 이용 독려 등으로 공무원 손님이 뜸해졌는데, 청탁금지법 때문에 앞으로는 장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가격대가 비싸지 않은데도 공무원들이 찾질 않으니 문을 닫아야 하나 걱정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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