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대 교수·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이장희 충북대 교수·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청탁금지법이 발효·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첫 번째 신고가 바로 대학에서 커피한잔 했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한국사회의 비정상적인 접대와 청탁문화를 근절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공직사회 부패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줄이는 '반부패법'이다. 부정부패 척결도 중요하지만 이 법의 적용대상자중 상당수 인원이 학교나 대학에 포함되어 있어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3·5·10의 숫자 놀음에만 안주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 법이 순수한 대학문화를 보지 못하고 적용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대학신뢰를 무너뜨리고 자유로운 대학문화를 말살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요소가 널려 있다.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교직원에게 법령을 위반하거나 지위권한을 벗어나 직무를 처리하게 될 때 제재를 가하거나, 직무수행과 교육을 동일시함은 천만부당한 발상이다. 신고제로 인해 교육현장에서의 믿음이 붕괴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의 경우 입학 성적 수행평가의 업무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 조작하도록 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시험문제 유출 및 성적 조작 등 학생성적관련 비위행위나 진급 수료 졸업 등 기준미달자에 대해 법령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는 이미 금지되어 있다. 즉 학생이 졸업을 위해 자신의 성적을 올려달라고 부탁해 그 성적을 올려주게 되면 학생은 과태료 부과대상이 아니나 교수는 처벌대상이 된다. 학생들이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성적이 예상과는 달라 면담하게 된 때 자연스럽게 성적변경 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학생을 만날 의무도 없고 만날 필요도 없으므로 스승과 제자사이에는 그야말로 '면담단절'이라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면담단절로 취업상담을 하지 못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가게 된다.

 더욱 난처한 것은 논문심사과정에서의 제약이다. 논문심사과정에서 과다한 금품을 요구했다는 보도를 접한 바는 있지만 상당수의 대학에서는 지도교수가 논문 쓰느라 수고했다고 밥 사주는 일이 비빌비재하다. 3만원 이상의 금액이라면 학생과 교수사이의 사교 의례적인 목적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즉, 논문심사 청탁에 해당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석사박사논문심사비로는 교통비에도 해당되지 않는데 외부의 저명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해서 심사를 꾸려 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이 교수를 찾아오면서 커피 한잔 들고 오면 성적처리 부탁이나 부패로 간주되고, 교수가 학생들과 식사하게 되면 강의 평가를 잘 해달라는 것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교수가 커피한잔에 성적 고쳐주는 시정잡배 수준밖에 안되다는 말인지. 부정청탁을 근절하는 보호차원 법의 순수한 의도를 대학에 기부하려는 사람들의 기부의지나 남을 위해 도우려는 기부문화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논문심사하고 성적평가를 하고 백 원짜리든 오천 원짜리 커피든 학생들과 만나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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