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지혜를 구하러 현인(賢人)을 찾아간 청년의 이야기가 있다. "젊은이, 날 따라오게" 현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아무 말 없이 가까운 호수 쪽으로 조용히 걸어갔다. 호숫가에 가서 이 현인은 거침없이 호수 가운데로 들어가고 있었다. 호수는 점점 깊어지고 마침내 청년의 목까지 물이 차왔다. 청년의 겁에 질린 모습에도 개의치 않고 현인은 더욱 깊숙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물은 청년의 머리를 넘실거리고 말았다.

 이윽고 현인은 되돌아서서 기슭으로 나갔다. 물 밖으로 나와서 노인은 놀려주는 말투로 젊은이에게 말했다. "물속에 잠겼을 때 거기서 빠져 나가는 이외의 생각을 할 수 있었나?" 청년은 이 질문이 떨어지자, "제가 아쉬워한 것은 공기뿐이었습니다"하고 대답했다. 현인은 조용히 타일렀다. "젊은이, 바로 그거야! 지혜를 얻는다는 것은 물속에 잠겼을 때 공기가 아쉬워지듯 그 만큼 열렬하게 지혜를 갈구해야 되는 것이다"

 "자기에게는 도대체 결단력, 실행력이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이 많다. 이 결단력이나 실행력의 부족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성격적인 것부터 방법에 서툴다는 데 이르기까지 여러 이유가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그럴만한 필요성의 자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간 누구나가 강렬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어떤 필요성을 자각할 때는 아무리 어렵고 괴로운 일이라 하더라도 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어떤 종합상사의 전무가 그 좋은 예다. 그는 30대가 되어서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할 때까지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면도를 할 때나 세수를 하거나 밥을 먹으면서도 영어회화의 카세트를 계속 틀어놓고 공부에 열중했다. 오직 영어회화를 마스터하기 위해 열(熱)과 성(誠)을 다 쏟아 넣었던 것이다. 이런 노력이 3년간이나 계속되었다. 왜 이렇게도 열심히 영어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가. 강한 의지의 소유자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나는 오히려 평균적 샐러리맨보다 훨씬 게으르고 의지가 박약한 인간"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대로 있다가는 자기만 낙오하고 만다는 절실한 필요성이 그로 하여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게 했고 그를 오늘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세상사 어느 것 하나 그저 되는 법 없다. 그 결과는 그 원인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결과는 그 원인에 의한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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