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대학의 교육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전통적 방식인 교수 강의로부터 토론과 같은 학생 주도의 학습방법으로 바뀌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한 기업들의 대학교육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대학들은 산업계 요구에도 부응하고, 동시에 대학교육을 혁신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교육방법들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교육방식은 단연 액션러닝이다.

 액션러닝은 GE나 ABB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1980년대부터 경영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그 자리에서 해결하기 위해 개발하여 활용한 것이 시발점이다. 이것이 경영교육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의 일환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교육에 접목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경영학계는 2000년 초에 새로운 교육훈련기법의 하나로 액션러닝의 이론과 방법을 도입하여 교육에 적용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간호학이나 사회복지학분야로도 확장되었다. 이와는 별도로 의학분야에서는 기존의 강의식 교육을 문제기반교육(PBL)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그동안의 경험축적을 통하여 액션러닝은 학습 팀의 구성, 과제의 선정, 러닝 코치, 질문과 성찰, 학습, 실행 등 6단계 정도로 체계화되었다. 말하자면 이 프로세스대로 충실히 실행하면 질 높은 액션러닝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액션러닝을 수행한 대졸자들이 현장에서 역량발휘를 잘하는 인재로 평가받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못하다. 강의식 교육을 받을 때보다는 개선되었지만,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는 아직 미달된다는 것이 산업계의 인식이다. 액션러닝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것이 성공한 대학교육 모델인지는 의문이다.

 우선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액션러닝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교수 자질과 역량, 교수 1인당 학생 수, 시설, 책임시수, 산학협력 등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상의 문제점으로는 과제 선정과 러닝 코칭이 부각되고 있다. 대졸자를 채용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학생이 액션러닝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결과로서 현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높여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액션러닝의 과제는 당연히 미래에 기업의 성과를 높여줄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매우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산학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액션러닝의 효과에 장애가 되는 또 하나의 요인은 러닝 코칭이다. 이것은 교수의 자질과 역량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현장경험을 갖추지 못한 교수들의 러닝코칭은 실무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교수들이 밀착지도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높다.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수의 확보와 내실 있는 산학협력, 그리고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기반환경이 지원돼야 액션러닝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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