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오랜 세월을 우편집배원으로 일해 온 사람이 있다. 하루 종일 우편 낭을 둘러메고 찌는 듯이 더운 여름이나 겨울철의 살을 에는 듯한 눈바람 속을 걸어만 다니는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우편물을 나르는 일 대신, 왜 장사를 벌려서 우편집배원이 중요한 편지를 나에게 배달해 주도록 하지 못하는가?" 어느 날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그 순간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을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매일 밤 조금씩 공부하여 준비를 쌓아 이윽고 자기 사업을 시작한다. 그 사업이 성장하여 그는 종업원 2백 명을 거느리는 착실한 중소기업의 사장이 되어 있다. 이 사람은 자기를 우편집배원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편집배원으로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자기 자신에 대한 마음의 그림을 바꾸자마자 이 새로운 심상(心象)은 그가 하는 일 속에서 자신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인간은 어떤 목적, 목표를 설정하고 자기가 살아갈 영역을 의식하면 일상생활에 적극성과 실행력이 솟아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반면 그 영역 내에서 강한 열등감에 빠져 있는 경우도 적지 않으리라. 같은 영역에서는 우열(優劣)을 재는 척도가 뚜렷하게 나타나 있어 용이하게 다른 동료와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열등감만큼 집요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없다. 또한 이 만큼 위험하고 음산한 감정은 없을 것이다. 일단 "나는 안 된다! 틀렸다!"고 절망한 나머지 패배 의식에 사로잡히게 되면 끈기는 없어지고 에너지는 격감(激減)되어 버린다. 결국 자기를 파멸로 이끌게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럴 때는 척도(尺度)를 낮추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누구나가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재벌이 될 수도 없다. 성공한 사람보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처음에 화가(畵家)를 지망해 미술대학에 들어갔지만 그 동료가 그린 그림을 보고 패배감에 사로잡혀 자살미수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 후 그는 자기가 사는 영역의 중심을 옮겨 영화감독의 길로 나섰다. 그러다가 이제는 일류 감독이 되었으며 마음의 상처를 완전히 극복하고 있다. 패배의식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기의 영역을 바꾸어 자타(自他)를 재는 척도를 변화시켜 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자기가 자신하는 영역으로 중심을 옮겨 라이벌 의식이나 열등감에 자기를 파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결국 이것이 성공을 약속해 주며 또한 적극성과 실행력을 배가(倍加)시킬 수 있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고 길이 있으면 성공에 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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