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안용주 선문대 교수] 정치가(政治家)는 정치를 맡아서 하는 사람 또는 정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가리키고, 정치인(政治人)은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들의 의견을 조정하여 사회를 유지, 보존시키는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정치꾼이라고 하면 그 의미가 매우 부정적으로 변한다. 접미사 [-꾼]이 붙게 되면, '협잡으로 정치하는 놈' 혹은 '협잡꾼'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럼 정치(政治)란 무엇인가? 사전에 따르면 "주권자가, 영토·인민을 통치하는 것", "한 사회의 대립이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전체를 통합함과 동시에 사회의 의사결정을 행하고 실현하는 작용"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를 연구하는 정치학에 대해 '좋은 사회'의 실현을 구현하기 위한 마스터 사이언스(통합과학)이라고 정의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월 국가 전체실업률 4.9% 청년실업률은 12.5%.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비자발적 비정규직, 그냥 쉬고 있는 청년을 포함한 청년실업률은 34.2%라고 발표했다. 더 걱정스러운 사항은 15~29세의 구직의지가 없는 청년층비중(2013년기준)을 조사한 'OECD회원국 청년인구 대비 니트족 비중'은 15.6%로 터키, 멕시코에 이어 3위를 마크하고 있다. 이는 OECD평균인 8.2%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고 이웃 일본의 4.6%의 4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니트 NEA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란 특정 일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교육을 받고 있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한 논문에 따르면 소득하위 10%의 가계수입에 대한 부채비율이 2008년 2.09배였던 것이 2014년에는 7.85배로 4배나 증가했다. 반면 소득상위 10%의 가계소득에 대한 부채비율은 반대로 2.16배에서 1.78배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빈부의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결론이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삶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崔모씨 일가와 그를 둘러싼 부정(不淨)사건이 세상을 뒤덮고, 광화문의 촛불집회에는 초중고생들을 포함한 청소년들까지 20여 만 명이 운집하여 사회의 각종 부조리와 비리에 분노하고 공분(公憤)했지만 정작 흙탕물을 일으킨 장본인들은 갸우뚱하는 느낌이다. 왜 세 살박이 어린애부터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불리었던 노령층까지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피부에 와닿지 못하는 것 같다. 학자금대출을 갚으려고 막노동판에 뛰어들었다가 부상을 입었다거나 대학을 졸업해도 변변한 취업자리가 없어 강물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이들의 절망이 분노가 되고 촛불이 되고 화염이 되어 추한 권력의 뿌리조차 가차 없이 녹여버리는 눈물의 숭고함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란 긍정의 에너지를 양식 삼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희망과 환희를 키워나가도록 하는 것이고 이를 실천하여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말한 변방의 한 정치인의 역설이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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