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박기태 건양대 교수] 우리가 흔히 듣는 속담들 중에는 말과 관련된 "말 한마디도 천 냥 빚을 갚는다"와 "말이 씨가 된다"라는 표현이 있다. 물론 전자는 주로 긍정적인 면에서 사용되는 반면에 후자는 약간은 부정적이고 비하적인 면에서 사용되는 성향이 있어서 대조 아닌 대조를 이룬다. 서로 이해 타산적으로 얽혀진 현실에서 대조를 이루는 두 표현들 중 우리는 후자를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어가 행동을 유발하기에 말은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말을 쏟아 붙는 A라는 사람이 참석한 모임에 간적이 있다. 그 사람의 평상시 말하는 품세를 상상해 보면 지나칠 정도로 자기 편의적이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타인의 이목에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행동만 한다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임의 리더인 B라는 사람이 나타나자마자 A는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한마디 양해도 없이 B에게 다짜고짜 자기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았음을 토로하며 막말에 가까운 심한 말들을 퍼부었다. A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속수무책으로 당한 B는 그 모임에서 A의 존재를 무시하고 싶다며 눈물까지 보였을 뿐만 아니라 모임도 엉망으로 끝났다.

 만약에 우리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심할 정도로 좋지 않은 말을 한다면, 그 말은 흉기를 휘두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마디 말로 인해 상대방이 받는 심리적인 상처는 가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우리의 관계에서 말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고로 말을 함에 있어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좋은 말이나 예쁜 말을 하도록 되새김해야 한다. 타인에게 하는 막말은 그 사람에게 오랫동안 좋지 않을 기억으로 각인될 것이며 그 말을 한 사람을 볼 때마다 기억들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항상 좋은 말이나 예쁜 말을 하도록 노력하자.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포로이트(Sigmund Freud)는 1985년에 출판한 그의 저서 '히스테리 연구'에서 "언어는 증상을 나타내고, 언어와 증상의 근원은 동일하다. 하지만 그 동일한 근원이 한편으로는 언어로 다른 한편으로는 히스테리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양한 사례들도 제시하는데, 예를 들어 항상 타인들의 하는 모든 일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은 타인과 대화를 하는 중에도 자신과 생각이 같지 않으면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모든 상황의 근원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며 심한 말과 더불어 자신을 아파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 치의 혀로 내뱉는 말은 그 사람의 내면의 수준을 알려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말을 나쁘고 거칠게 하는 사람의 마음은 황폐하고 삭막하게 느껴진다. 반면에 예쁘게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은 포근하고 너그럽게 느껴짐은 물론 그 사람의 따뜻한 내면을 보게 된다. 그런고로 우리가 타인과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이 하는 말에 관심을 기울여 감언이설이 아닌 참스럽고 예쁜 말을 함으로써 타인에게 속상함을 안겨주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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