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위기극복 유전인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초고속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룩하여 세계가 주목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으며, IMF 외환위기시 대다수 국민들이 참여한 금모으기운동은 세계적인 외환 위기극복 모범사례로 인정되고 있다.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을 추진으로 경제 안정화를 가져왔으며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대체로 잘되었다는 것과 잘못되었다는 의견이 공존하지만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국운이 있다. 구성원 모두가 많은 부분을 희생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세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운도 따라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정농단 사태로 인하여 국가적 상황이 매우 어려울지라도 결코 낙담할 필요는 없다. 차분하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여 철저하게 변화하겠다는 자세로 노력한다면 다시 기회는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아직 늦지 않았다.  프랑스 출신 사회운동가 스테판 에셀은 “시민이 분노하지 않는다면 사회와 정치문제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하였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엄청나지만 표현방식은 선진국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시민들의 의사표시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기에 그나마 조금은 다행스럽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일반 시민들도 정확하게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요즘 TV 화면에서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들, 교복을 입고 나온 중고등학생들까지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있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주말을 보내야할 사람들이 광장의 맨땅에 앉아 촛불을 들고 무언가 간절히 염원하는 모습에서 마음이 뭉클해진다. 오직 나라에 자신의 삶을 맡긴 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시민들을 절망에 빠지게 한 무책임한 정치지도자 및 사회지도층을 향한 분노의 의사표현이다. 잘못된 것에 대한 분노가 식어지면 무관심에 빠지게 되고 희망의 의지를 잃어버리면 무기력 상태에 놓이게 되어 결과적으로 가장 무서운 저항으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편 걱정스럽기도 하다.

얼마 전 들은 80대 후반 거동이 불편하신 어느 할머니의 독백이다. ‘겨울이 싫다. 봄이 너무 좋다. 따뜻한 봄이 오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어서 자식들을 잘 먹이고 공부시킬 수 있다.’ 봄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을 잘 표현한 말이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도 결코 이와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가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평범하게 살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노력하여 가족을 책임질 수 있고 어린 자식들이 소망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고생스러울지라도 가족들과 함께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한다.

국제적으로 수치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어떤 경험을 하였느냐가 아니라 그 수치심을 통하여 국가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사태가 발전의 건강한 에너지가 될 것인지 단순하게 분노의 표출에 그쳐 무기력에 빠지게 만들 것인지는 이제부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역사적으로 나라의 명운이 걸린 큰  일에 직면할 때마다 우리 민족은 현명하고 슬기롭게 대처하여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오늘의 아픔과 수치심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진지한 성찰과 노력이 필요한 시간이다.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시대에 새로운 변화와 선진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 부문에 걸쳐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구조개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하여 모든 일을 정상화하여야 한다. 아직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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