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지금 대한민국은 명백한 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이 국정을 마음대로 농단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최순실 게이트'는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대한민국을 집어 삼키고 있다. 그로 인해 국정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임에도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에 불과한 2차례 대국민담화 후 청와대를 방호삼아 숨어서 나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1차 대국민담화에서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위해 연설문 등 몇몇 자료에 대해 미리 상의를 한 정도였다고 변명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제 언론이 단독보도라는 제목으로 대통령과 최순실을 위시한 정부관계자들의 범죄사실, 비위사실을 밝혀냈고, 결국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대통령은 2차 대국민담화에서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필요하다면 특검까지 수용하겠다고 하였으나, 자신을 공동정범으로 의율하자 검찰의 중립성을 믿지 못하겠다며 말을 바꾸어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 비극적인 사태에 있어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국민이다. 정치에 대한 혐오로 아예 관심을 끊거나 폭력시위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광장에 모여 세계가 놀랄만한 평화시위를 하고 있다. 그 위대한 물결을 직접 보면서 우리 대한민국이 처한 작금의 위기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의 상황이 비단 무능하고 잘못된 1명의 대통령 때문만은 아니다. 대통령의 전횡을 견제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필을 해야 할 역할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기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필자는 그 근본적 원인에 대하여 과거의 잘못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함으로써 생긴 부작용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 대한민국은 식민지배와 독재정권이라는 경험을 갖고 있다.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광복이 되었을 때 친일파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여 그 친일파들이 친미반공주의자로 변장을 한 후 새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계속하여 기득권으로 군림하는 모습, 법과 원칙을 위배한 쿠데타를 통해 이룩한 독재정권이 추앙받고, 그 독재자의 딸이 향수에 힘입어 다시금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숨 쉬는가,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외면하기에 이른 것이다.

 청년들조차 정의를 말하지 않고, 법을 다루는 사법부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사회에서 희망을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현명하고 위대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광장에 모여 정의를 외치기 시작했다. 정치인들에 이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장구한 역사적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상황은 촛불집회에서 정각 8시에 1분간 이루어진 소등으로 인한 어둠일지도 모른다. 거대한 함성과 함께 촛불이 다시금 타오른 것처럼 대한민국이 국민의 힘으로 불행했던 과거와 단절하고 힘찬 항해를 해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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