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준 청주대 교수

[정창준 청주대 교수] 지난 주말 여섯 번째의 촛불 집회는 역대 최대 인파의 규모로서 최순실 국정농단이 낳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요구에 대해 모호한 정치일정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여당의 태도를 바꾸게 하였다. 지금까지 여섯 번째의 촛불집회로 이어지기까지 보인 정치인들의 행보에 대해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연인원의 점증하는 숫자가 분노의 강도를 드러내 주고 있다.

 당장 필자 주변에서도 보자면 2주전 금요일에 평소 보수적인 정치적 견해를 가졌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를 했다는 가까운 지인이 토요일 집회에 같이 참여하지 않겠냐고 물어온다. 마침 그의 늦둥이 막내가 수능을 치렀다는 이야기를 곁들이는데 정유라의 대학 부정입학 건에 대해서도 엄청난 상실감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토요일 촛불 집회에 참여하는 지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더니 가족 구성원까지 나서는 것을 보면 전국적인 규모로서 참여인원이 놀라울 정도로 불어난 것은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분노하는 정치소비자들에 비해 이른바 권력놀음에 빠져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상황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애써 무시하고 요행을 바라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반면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이나 소비행태는 분명 진화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서로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업데이트 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조장된 정치불신에 따라 붙었던 냉소주의와 정치불참 또는 무관심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써 직접 참여와 깨어있는 관심으로 무장하여 권력에 취해있는 정치인들을 향해 단호하게 꾸짖고 각성하도록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즉 일부 정치인들의 안일한 태도인 권력 지상주의적 가치관, 무한한 권력욕구, 철저한 이기심 또는 거짓말로 점철된 과거의 태도는 이미 각성한 정치 소비자들에게는 단번에 청소해야 할 적폐 대상으로 낙인 찍할 수 있다. 이제 이른바 여당의 비박계도 심각해진 민심에 대한 역풍을 우려하여 야당에서 제시한 대통령 탄핵일정을 따를 것이라는 발표가 잇따른다. CNN등 외신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비폭력과 질서 있는 대규모 정치집회에 새로운 한국적 집회문화로서 놀라워하고 있다.

 본디 우리 인간은 단 하루도 거짓말하지 않고 살 수 없을 것이다. 또 단언할 수 있는 것이 거짓말 없는 삶이란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고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도 별다른 의식 없이 수많은 거짓말을 하면서 산다. 별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아침에 만나는 직장 동료에게서 받는 "안녕하세요"하는 인사에 우리는 으레 밝게 거짓으로 꾸민 답례를 한다. 하지만 정치영역으로 넘어온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의례적인 일상적 거짓말과 비교해 그 피해가 엄청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새기며, 정치소비자의 욕구만족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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