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2014년 '비선(秘線 實勢)'으로 지목받은 '정윤회 국정 개입 사건'이 나돈 이후, 2016년 10월 한 언론사의 최순실 PC 문건 공개를 통해, 박근혜 정부에 어둠의 권력이 도사리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은 최고 권력을 등에 업고 고위직 인사 개입은 물론 국가의 주요 문건이 유출된 것이다. 이들은 정상적인 지휘 라인이 아닌 사인(私人)이면서도 막강한 권력 행사를 자행해 온 것이다. 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5%대로 급락하고, 마침내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에 이르렀다.

 돌이켜 보면 그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소통'이 매우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는 지나치게 비선 그룹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 결과 공적 시스템의 라인과 외부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지지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자신과 그를 둘러싼 집단들의 결정이 옳고, 자신들 중심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상징하는 일종의 '자폐적 권력(自斃的 權力)' 행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이러한 권력의 문제는 우리의 역사에서 여러 차례 있어왔다. 그 중 하나가 고려 말 공민왕 떼의 승려 출신인 '신돈(辛旽)'의 등장이다. 신돈은 공민왕이 발탁한 인물로 왕의 비호 아래 일정한 절차도 따르지 않거나,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으면서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였다. 그 이후 조선시대에는 선조의 총애를 받던 상궁 '김개시(金介屎)'가 광해군을 도운 공으로, 그 배후에서 국정을 농단하고 권세와 이익을 탐해 부정을 저지르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조선시대에는 후궁, 내관, 종친과 같은 비선 실세들이 왕의 그림자가 되어 국정에 탐닉(耽溺)하였던 것이다.

 '어둠의 권력'들은 봉건시대도 아닌 오늘날에도 이어져 나라를 흔들어 놓고 있음은 실로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잘못된 권력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가져오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한다. 물론 이 사태는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도에서 일어난 것이긴 하다. 오늘날 우리는 역사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국제질서의 급격한 개편으로, '보호무역' 강화와 같은 신(新)고립주의와 국수(國粹)주의의 확산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환경의 변화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안보와 경제'의 복합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국정 운영에 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의 주요한 국가적 과제의 하나인, 제 분야의 개혁 작업은 실종되고, 구조조정도 올스톱 상태이다. 아울러 저성장 국면에서 소비 부진과 생산·투자·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가 하락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1300조나 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급격한 자본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잘못된 권력이나 과도한 권력의 탐닉(耽溺)은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모쪼록 인치(人治)와 같은 어둠의 권력을 걷어내고, 엄격한 법치(法治)에 의해, 오늘의 이 난국(難局)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융성한 대한민국으로 발전하도록 총력을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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