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2016년 올 한 해처럼 온 나라가 시끄러운 적이 있었나 싶다. 이 사회가 보다 건강해지기 위한 건전한 혼란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공자의 말씀이 피부에 와 닿는 한 해였다. "유익한 벗이 셋 있고, 해로운 벗이 셋이 있다, 곧은 사람과, 신용 있는 사람과, 견문이 많은 사람을 벗으로 사귀면 유익하며, 편벽한 사람과, 아첨 잘하는 사람과, 말이 간사한 사람을 벗으로 사귀면 해로우니라", 그건 그렇고 인터넷에 보니 재미있는 글이 하나 나와 있어 스트레스 좀 풀까 싶다.

 내용인 즉, 어떤 제법 큰 식당에 인상이 아주 험악한 덩치 아저씨들 100여명이 단체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그들은 보스처럼 보이는 사람 주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자리 잡고 앉았다. 종업원들은 잔뜩 겁먹고 눈치만 보고 있는데, 보스처럼 보이는 한 아저씨가 "야 삼겹살 시켜"라고 명령하자 그 졸개 중 한사람이 "아줌마, 여기 삼겹살"하고 주문해 종업원 아줌마가 상을 차려다 줬다.

 삼겹살과 소주를 맛나게 먹던 두목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갑자기 화를 잔뜩 내며 큰소리로 아줌마를 힐끗 한번 째려보더니, "벗어 벗어" 하면서 소리쳤다. 종업원 아줌마는 깜짝 놀라며 자신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고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가 잠시 후 결심한 듯 눈물, 콧물을 찔찔 짜면서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앞치마부터 한 겹 한 겹 벗기 시작해 마지막 한 장 남았는데, 그때 그 험악한 두목 아저씨 당황해 하면서 "아줌마, 왜 이래 버섯, 버섯 달라고요"

 웃자고 쓴 글이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올 해를 보내며 떠오르는 문장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또 다른 하나는 '깊은 강물은 돌을 집어 던져도 흐려지지 않는다' 이다. 내년에는 우리나라가 바다가 되고, 깊은 강물이 되길 간절히 기도할 뿐 이다.

 내 페친 중에 중학 교사를 하는 조성원 선생이 계시는데 다음과 같은 글을 페북에 올려놓으셨다. "돼지는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돼지의 목이 땅을 향하고 있어 기껏 높이 들어봤자 45도밖에 들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돼지는 자의로는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 돼지가 하늘을 볼 수 있을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때는 바로 '넘어졌을 때'라고 합니다. 우리 삶에도 때론 넘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넘어진다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넘어져야 하늘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 봐야 자기의 건강도 살피게 됩니다. 실수하고 부끄러운 상황에 닥쳐봐야 겸손을 배웁니다. 겁먹지 맙시다. 넘어짐을, 나의 모습이 때론 돼지를 닮아 물질에, 권력에, 사람에 눈이 멀어 그것만을 찾아 고개를 파묻고 땅만 파헤치고 있지는 않나 반성을 해봅니다. 넘어짐이 가져다 준 선물. 하늘,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넘어짐도 때로는 감사입니다" 올 한 해를 보내는 우리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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