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무임금 노동력 착취
축사·타이어 노예 등 잇따라
"사회적 관심·제도마련 시급"

[충청일보 신정훈기자]2016년은 그 동안 우리 사회가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가 크게 대두한 한해였다.

특히 'OO노예 사건' 등으로 명명되며 전국민의 공분을 산 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 인권 문제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7월1일 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지적장애 2급인 A씨(47)는 자신이 일하던 축사 인근 공장에서 비를 피하다 사설 경비업체 경보가 울리면서 경찰에 발견됐다. 경찰이 미심쩍게 여기며 A씨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19년 간의 끔찍했던 노예생활 이야기가 세상에 드러났다.

이른바 '축사 노예' 사건이다. A씨는 2평 남짓한 허름한 쪽방에서 생활하며 1997년부터 19년 동안 강제노역을 해왔다. 중노동에 매 맞기도 일쑤였다.

경찰수사가 시작되면서 A씨는 생이별했던 가족을 다시 만나 함께 생활하고 있다. A씨에게 강제노역을 시킨 농장주 부부는 노동력 착취,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축사노예 사건이 채 아물기도 전에 이라에는 '타이어 노예'사건이 터졌다. 지적장애 3급인 B씨(42)는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의 한 타이어 수리점에서 1996년부터 20년 간 강제노역을 당했다.

축사 노예사건과 마찬가지로 업주는 B씨에게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키고 말을 듣지 않는다며 수시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런 혐의(특수상해 등)로 업주(64)를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그의 아내(64)는 기초생활수급비를 가로챈 혐의(횡령)로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10월에는 충북 충주의 한 마을 이장이 자신의 방울토마토 농장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후배(57)에게 13년 동안 노동력 착취와 장애수당을 챙김 혐의(준사기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올 한 해 이런 장애인 노동력 착취사건이 연일 불거지자, 충북도는 장애인 인권 침해 사례를 발견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벌였다. 또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아동·노인 등 인권 취약 계층에 대해 인권 침해 사례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 매뉴얼 보완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보완책 마련에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인권 사각에 놓인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인권 관련 단체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점검하고 장애인 인권 문제에 대한 구조개선의 노력을 펼치지 않는다면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