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천자만홍의 단풍 길을 산책한 게 어제 같은데 한 해를 보내는 끝자락에 서 있다. TV나 신문을 보면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허탈감을 안겨주는 기사뿐인데 오래전에 "신체적 불구를 극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중년 부부의 모습"이 떠오르며. 신혼 여행지에서 발생하는 이혼에서 시작해서 황혼 이혼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이혼 풍속도 속에 그래도 한 가닥의 희망을 발견한 기사였다.

 시경(詩經)에 처자호합 여고금슬(妻子好合 如鼓琴瑟), "처자가 좋게 합하는 것이 비파와 거문고를 타는 것과 같다"고 하여 예로부터 거문고와 비파의 울림이 잘 화합하여 부부의 의가 좋음을 금슬상화(琴瑟相和)라 하고, 부부 화락(和樂)을 쌍비(雙飛)라고도 했다. TV에 소개된 부부의 모습을 보면 아내는 어려서 진흙 속에 빠져서 나오는 과정에 골반 뼈를 다쳐 하반신 불구가 되었고, 남편도 어린 시절에 나무에서 떨어져 팔을 다쳤는데 치료하는 과정에 부작용으로 한쪽 팔을 잃게 된 불행한 처지였다.

 존 릴리는 "결혼이란 하늘에서 맺어지고 땅에서 완성 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젊은 날 고뇌의 시간을 보내며 불행을 딛고 일어나 천생배필(天生配匹)이라고 한 가정을 이루어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지만 경운기나 기계를 조작할 때는 아내가 남편의 왼손 역할을 해주고, 들이나 밖으로 나들이 갈 때는 남편이 아내의 다리 역할을 해서 한쪽 팔로 아내를 등에 업어 경운기나 오토바이에 태워 함께 나들이하고 농사일을 하면서 다정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진정 하늘이 정해준 배필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마음도 다스리며 살아가기 어려운데 남남인 두 사람이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데 어찌 늘 같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같은 무덤에 묻힘"을 해로동혈(偕老同穴)이라고 했다. 가정은 삶의 보금자리요, 인생의 안식처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나의 집이여, 아무리 작아도 너는 나의 궁전"이란 말은 이혼가정이 늘어가고 사치와 허영 속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깨우침을 준다.

 가정은 최초의 학교라고 한다. 페스탈로치는 "가정은 도덕의 학교"라고 했다. 우리는 태어나서 가정에서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행동하며 사회화가 이루어지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정유년을 맞으며 부부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정겹게 살아가는 부부의 화락(和樂)한 쌍비(雙飛)의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어 자녀의 본(本)이 되도록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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