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영 서원대 교수

 

[황혜영 서원대 교수] 에두아르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바Le bar aux Folies-Bergères』(1881)는 바의 여종업원의 정면 상반신과 후면에 있는 거울에 비친 바의 실내 풍경을 보여준다. 거울에는 화려한 상들리에 아래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둘러 앉아 있는 바의 실내 풍경과 정면을 보고 있는 여종업원의 뒷모습이 비친다.

그런데 문제는 거울 속에 비친 여종업원 모습이 거울 밖 정면을 바라보는 여종업원과 동일한 인물인지 모호하다는 점이다. 거울의 반사 각도를 볼 때 인물의 정 뒷면이 반사되어야 하는데 반사된 모습은 오른쪽으로 살짝 각도가 바뀌어 있고 자세도 실제와 사뭇 다르다. 거울 밖에서는 인물이 허리를 세우고 표정 없이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데 거울 속 인물은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여 맞은편의 모자를 쓴 신사를 상냥하게 응대하고 있다. 거울 속에 비친 여인은 그림 화면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여인과 동일한 인물일까?

▲ 마네 <폴리 베르제르의 바>(1881)

반사 각도와 자세로 보아서는 선뜻 거울 속 비스듬한 뒷모습의 여종업원이 정면을 보는 여종업원과 동일한 인물이라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여종업원 뒤 벽면 전체가 거울로 되어 있어 다른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로 볼 때 두 인물을 동일한 인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이처럼 이 그림 속 거울은 현실의 이미지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살짝 비틀고 변형하여 거울 밖과 안의 여자인물의 동일성을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거울 안과 밖의 두 인물이 동일한 인물이라면 화가는 왜 반사의 각도나 인물의 모습을 실제와 다르게 그린 것일까? 거울 속의 변형된 이미지에는 사실 혼자 있을 때와 손님을 맞을 때의 여종업원의 상반된 면모를 보여주고자 하는 마네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거울 속에서 상냥하게 신사를 대하는 여인의 모습은 당시 바에서 술이나 음료를 파는 것 말고도 남성 고객들의 성적인 요구에도 흥정하곤 했던 여종업원의 접대부로서의 생활을 암시하고 있으며 거울 밖 여종업원의 공허한 듯 표정 없는 얼굴은 접대부로서 남성 고객의 요구에 맞춰주기 위해 표정이나 태도를 꾸밀 필요가 없이 혼자 있을 때의 본연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스톱 <폴리 베르제르의 한 위안부>(1882)

스톱Stop은 마네의 그림이 그려진 이듬해 마네의 그림을 패러디한 듯이 비슷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폴리베르제르의 한 위안부Une marchande de consolation aux Folies-Bergères>(1882)라는 목판화를 한 신문에 게재한다. 스톱은 이 그림에서 거울 속 여종업원이 응대하고 있는 중절모를 쓴 신사와 같이 모자를 쓴 신사를 거울 밖의 여종업원과 마주보게 그려 넣고 제목에도 ‘한 위안부’라는 단어를 넣어 두 여자 인물이 실제로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마네가 그림 속 거울에 비친 이미지를 살짝 비틀어 은밀히 드러내고자 했던 당시 대도시 바의 성 접대 문화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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