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정혜련 사회복지사] 1990년대 이후 한류 드라마의 붐을 일으키는 데 로맨스의 역할이 매우 컸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은 대기업의 재벌 2세나 3세이며, 가난한 여주인공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낭만주의 로맨스 고전으로 유명한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주인공도 노동자는 아니었다. 디아시는 잘생기고 부유한 귀족, 즉 오늘로 말하면 재벌 왕자님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유구한 판타지가 대한민국 청문회에 의해 아주 시원하게 깨졌다.

  굴지의 대한민국 대기업 총수 9명이 국민 앞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책임 있는 답변은 둘째 치고 면피용으로 들고 나온 대책이라는 것이 고작 "아니다", "모른다" 가 전부다. 결국 시간 끌며 국민들 울화통만 터뜨리다 끝난 것이다. 기업이 어려울 때 공적자금이라는 명목 하에 국민세금 가져다 쓰고, 자본주의 자유경쟁 가치를 부르짖더니, 합병을 위해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까지 건드렸다. 수출 잘해야 우리 모두가 잘 살 것처럼 해서 밀어줬더니, 비정규직 문제만 커져갔다.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사업에는 푼돈을 내면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에는 덥석 내놓는 그 결단력도 대단하다. 따뜻한 마음으로 여주인공을 감싸며 사랑하던 왕자님은 없었다. 다만 자신들의 돈을 지키기 위해 정치와 결탁하고, 그나마 그 돈도 자신이 번 것이 아니라 고민 없이 물려받아 건강한 경제윤리는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다. 근래 드라마 작가들도 이런 현실에 갈등을 느꼈는지, 남자주인공들을 외계인, 조선시대 왕 그리고 도깨비로 바꿔버렸다. 안타깝게도 우리들에게 옥오지애(屋烏之愛)의 재벌2세 왕자님은 없고 비기윤신(肥己潤身)의 내허외식(內虛外飾)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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