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김천대 교수

[김기형 김천대 교수] 2017년 새해가 밝았다. 보통 때 같으면 모든 것이 새롭고 잘 풀리지 않는 일도 잘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는 새해의 첫 주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 상황을 살펴보면 그러한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없다. 모든 것이 미해결 난제이고 어느 것 하나 해결될 기미를 찾아 볼 수 없다. 정치는 마비되어 혼란스럽고 이러한 혼돈을 틈타 '정치업자들'은 다가올 대목에서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 업소를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봄을 맞아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매장을 단장하고 상품 홍보를 기획하는 상인들 같다.

 하지만 정치업자들이 상인들과 같다고 말한다면 상인들이 화를 낼 것이다. 상인들은 봄을 맞아 매출을 올리기 위해 물건을 구매할 고객의 소비성향과 시대의 흐름 등을 무척 많이 고려한다. 모든 상품의 홍보 기획은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며 봄에 출시되는 물건이 정말로 그러한 고객의 기호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대한민국의 정치업자들과는 정반대이다.

 프로 정치업자들은 상품 홍보 기획 방식이 아주 다르다. 그들은 일단 자신들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고객의 소비성향과 시대의 흐름을 분석하기 보다는 향후 자신들이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만을 고민한 후 자신의 방식대로 상품을 홍보한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요란하게 선전을 하지만 정치업자들은 결국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이것을 객관화시켜 대다수의 소비자 즉,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화려하게 포장해서 이것을 자신들의 홍보문구에 넣는다.

 정치시장이 혼란스럽다 보니 모든 정치업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 것이 그들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상당한 책임이 있는 정치업자들은 다가올 대목을 겨냥해서 버젓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홍보문구를 가게 앞에 버젓이 걸어 놓는다.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떠한 잘못을 하여 대한민국이 흔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상식적으로 경제시장에서 불량식품을 팔거나 상도덕을 어긴 상인들은 처벌을 받거나 퇴출을 당해 영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업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슬쩍 덮어 놓고 뻔뻔하게 계속 영업을 한다. 그들 머릿속에서는 옛날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다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Buy a pig in a poke' 라는 영어 표현은 물건을 보지 않고 사다는 뜻이다. 앵글로 색슨 왕국 시대에 상인들은 새끼 돼지를 부대에 넣어 시장으로 가져가 팔았다. 그런데 가끔 일부 부도덕한 상인들은 부대에 돼지 대신 고양이를 넣어 부대 속을 확인도 않고 사는 사람들을 속였다. 이때부터 이처럼 제대로 확인도 않고 의심 없이 물건을 사는 경우에 'buy a pig in poke'라는 표현이 쓰이기 시작했다.

 요즘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나는 이 영어 표현이 자꾸 떠오른다. 돼지가 아니라 고양이를 그럴 듯한 부대에 넣어 시장에 내다 파는 앵글로 색슨 왕국 시대의 부도덕한 상인들이 2017년 정치시장을 휩쓸고 다닐까봐 걱정이 된다. 우리 국민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 고양이를 넣은 자루가 아닌 돼지를 넣은 자루를 모두 다 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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