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나가던 아내 교통사고로 병상에 누워
"기적이 일어나기를…" 5년간 매일 기도
"따뜻한 된장찌개 끓여주던 모습 그리워"

▲ 최근 충북경찰청 승진심사에서 경감으로 승진한 청주청원경찰서 이재만 경위(54)가 청주 용화사에서 5년째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가 건강하게 다시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권보람기자

[충청일보 신정훈기자]"여보, 나 승진했어. 축하해 줘야지."

애타게 불러봐도 아내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저 눈동자만 미세하게 움직인다. 마음이 전달됐기를 바랄 뿐이다.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몇번을 되내인다.

 "이제 훌훌 털고 일어나기만 해. 고맙고 사랑해"

지난 5일 충북경찰청 정기인사에서 경감으로 승진한 청주청원경찰서 이재만 경위(54)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9년 만에 승진으로 축하전화가 물밀 듯 오지만 정작 듣고 싶은 말은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는 5년째 병상에 누워있다.

2012년 12월3일 오후 7시30분. 일을 나갔던 아내(변현학씨·49)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갔다는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봉사활동에 보태고 싶다며 아르바이트를 나섰던 아내다.

'괜찮겠지'하며 스스로를 다잡았지만 병원에서 본 아내의 모습에 다리가 풀리고 말았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아내는 수술을 3번이나 받았다. 그렇게 아내의 시계는 사고가 난 그날 멈춰 버렸다.

퇴근하면 환하게 웃으며 된장찌개를 내오던 아내의 사랑스럽던 모습은 그날 이후 머릿 속에 박제돼 버렸다.

"뭐하시는 겁니까. 남편이 승진했는데 누워만 있네. 일어나서 케이크에 초도 붙이고 축하 파티해야지." 그는 그저 아내와 조촐한 승진파티를 하고 싶을 뿐이다.

9년 전 경위로 승진했을 땐 맨발로 뛰쳐나와 안아줬던 아내다.

그 때는 부글부글 끓던 된장찌개도 있었고, 조그마한 케이크도 있었다.

"기적이 일어나기를 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했어요. 승진발표가 나고서도 한달음에 절로 가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어요. 아내의 따끈한 된장찌개 다시 한 번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요."

그의 울먹이는 말에서 그 간의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교통사고가 난 뒤 고3 아들과 중학생 딸에게 엄마 역할도 해야 했고 아내도 돌봐야 했어요. 4시간도 못 잤죠. 항상 아내가 그리웠어요." 그랬던 그였기에 두 자녀는 큰 버팀목이었다.

"중학생 딸이 고3 오빠에게는 엄마가 됐고, 제게는 아내가 됐죠. 친구랑 놀다가도 '아빠 라면 먹지 말고 기다려. 내가 밥 줄게'하며 들어오기도 했어요"라며 "엄마 손이 필요했던 고3이던 큰아들도 잘 커서 지금 군 복무 중이에요. 너무도 고맙고 감사해요."

그는 "후배들에게 가끔 이런 말을 해요. '아내에게 지금 잘해라. 내일 하면 늦을지도, 아니 못할지도 모른다. 설거지 하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를 것'이라고요"라고 했다.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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