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전국 초ㆍ중ㆍ고교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대대적으로 공개되면서 많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기초학력미달 제로 플랜'을 세워 전국 단위의 기초학력과 학업성취도 평가를 정례화하고 학력 미달 학생과 학교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공표했으며, 이에 따라 처음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인 것이다. 지난해 10월에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 196만 명을 대상으로 시험이 치러졌고, 평가 결과가 시·도별, 학교별로 공개된 것이다.

시험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이었으며, 성적은 기초학력 미달, 기초학력, 보통학력, 우수학력 등 4단계로 나뉘지만, 이번 발표는 기초미달, 기초, 보통이상 등 3단계로 구분한 것이라고 한다. 그 결과 각 시·도별 교육청에서는 희비가 엇갈리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며, 기초학력 미달자가 한 명도 없어 관심을 끌었던 전남 임실초등학교는 조작 의혹을 받는 등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학교교육의 질을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 국가 주도로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공개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다양한 보상과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시작해 2001년에는 '낙제학생방지법(nclb)'을 만들었으며, 영국은 1980년대의 교육개혁법을 시발로 국가수준교육과정평가(nca)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7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에 대한 '전국학력고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전국일제학력시험이 40여 년만에 부활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국가 수준의 기초학력 테스트는 학교교육 시스템과 교사들의 교수 활동에 많은 변화를 가져와 교육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학생들의 기초학력에 대한 불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고 실력의 학생들이 모인다는 서울대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ㆍ수학의 기초학력 테스트에서 수준 미달자들이 나오는데, 수학의 경우 해마다 그 비율이 13~14%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학업성취도를 보면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대학진학율이 85%를 넘어선 지금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기초학력 미달이 줄어져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학생들의 학습능력과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초학력과 학업성취도 평가가 적격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평가 공개를 통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의 지역간 격차가 드러나고,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이 저학력 평준화로 치달아왔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학생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 채 교육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평가의 목적이 학교나 학생들의 상대적 위치나 석차를 판별하려는 것이 아니라 학습부진 학생이나 학교를 지원하는 데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교육 낙후 지역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일부 교사들이 학교와 학생들의 서열화라며 시험을 거부하는 등 난항을 겪었고, 지금도 평가 공개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평가 결과를 잘 활용하여 학습부진 학생들이 기초 학력을 보장받고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다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임실초등학교의 경우 학습미달 비율을문제 삼고 있지만, 농촌에 위치한 학교로서 전국 평균에 비해 월등히 낮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들의 열정과 학교의 뒷받침만 있다면 학교가 어느 지역에 있든 학생들의 학력 차이가 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교육 없는 학교로 이름을 널리 알린 서울의 덕성여중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년에 20~30조 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쓰는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씌고 있다.

기초학력과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학교와 교사에게 적절한 보상과 제재로 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갖게 하고, 성취도가 낮은 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면 공교육의 내실화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본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번 평가 결과의 문제점을 진단하여 학업성취도 시스템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디 객관적이며 신뢰성 있는 평가와 함께 그에 따른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져 우리나라가 사교육 공화국이 아닌 공교육 공화국으로 거듭나게 되길 희망한다.

▲ 송정란건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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