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성경을 보면 중요한 일을 앞두고 몸과 마음을 단단히 준비하는 의미에서 “허리에 띠를 두르라”는 말을 종종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당시 사람들이 입던 겉옷이 오늘날의 긴 치마와 같이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형태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복은 일상생활에서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지만 긴급한 일이 생겨 급하게 뛰어야 하거나 행동반경이 큰일을 해야 할 때에는 길게 늘어진 옷이 여기저기 걸리며 큰 불편을 초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편안한 복장으로 생활을 하다가도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는 허리에 띠를 둘러 준비를 했던 것이다.

 2017년 새해가 시작될 때 많은 분들이 새해, 새로운 다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한 달 정도가 지난 이 시점에서 이러한 새로운 다짐들은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다짐했던 일들을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다. 바로 구정 명절이다. 음력 1월 1일은 우리가 다시 한 번 새해를 위한 다짐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럼 이미 한 번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재도전을 하는 가운데, 이번만큼은 꼭 새해를 위한 새로운 다짐들을 성공하기 위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이런 고민 끝에 바로 이 말씀이 생각이 났다. “허리띠를 동이라”(벧전 1:13) 허리띠를 동인다는 것은 무엇인가? 허리띠를 동인다는 것은 먼저 새로운 계획을 위해 과거 자신의 모습을 버리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잃는 것이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고 말하곤 한다. 무엇인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반드시 따른다는 의미이다.

 즉 올 한해 자신이 새롭게 계획한 바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의 미래는 결코 함께 공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허리띠를 동임으로써 그동안 편안함과 안락함 속에서 누려왔던 삶의 익숙함을 포기하고 새로운 계획을 위한 마음과 환경을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해, 새로운 계획을 실천한다는 것은 곧 새로운 삶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천한다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계획은 새로운 삶의 모습을 통해서만 이룰 수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의 삶의 습관과 모습을 통해서도 지금 내가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일들은 손쉽게 이루어졌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에 우리는 지금 새로운 한 해의 시작과 동시에 새로운 삶의 계획들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볼 때 허리띠를 동인다는 것은 곧 옛 모습을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리띠를 동이는 순간 지금까지의 일상의 모습은 사라지고 앞으로 다가올 큰일을 치루기 위해 준비하는 결의에 찬 모습만 남게 된다. 이처럼 새해에 기대하는 새로운 일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의 습관을 바꾸고 환경을 바꾸어야만 한다.

 두 번째로 허리띠를 동인다는 것은 과거 자신을 모습을 버리고 생긴 빈 공간과 시간을 미래를 위한 소망으로 채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를 포기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일들을 이룰 수 없다. 과거의 삶을 버린 빈자리를 새로운 삶을 위한 새로운 습관, 새로운 계획, 새로운 생각으로 채워야만 한다.

 특별히 올해는 우리 청주순복음교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이하는 해 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회 내적으로도 이를 감사하고 기념하기 위한 여러 행사들이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교회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교회 창립 60주년을 가장 잘 기념하는 것이 과거 60년간의 역사를 잘 조명하고 보존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과거 60년간의 교회 역사를 바탕으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60년을 준비하고 교회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바를 함께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과거의 모습을 포기한다고 해서 금방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비운다는 것은 이제 새롭게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준비를 마쳤으면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이제 새로운 삶을 위해서는 자신의 미래를 향해 품은 새로운 계획으로 자기 자신의 모든 삶을 가득 채워야만 한다.

 허리띠를 동인 복장은 일상생활을 위한 복장이 아니다. 허리띠를 동이는 순간,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길게 늘어진 소매와 겉옷은 사라지고 이제는 허리띠를 통해 바짝 조여져 준비된 모습만 있다. 그러니 급하게 뛰어도 혹은 조금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허리띠를 동인다는 것은, 곧 과거에 누렸던 삶의 익숙함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 새로운 계획, 새로운 삶의 습관으로 자신의 삶을 채우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를 위한 소망으로 힘차게 달려 나가는 것이다. 2017년 새롭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크면 클수록 더욱 허리의 띠를 바짝 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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