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3차 산업혁명이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를 추구하는 것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파워를 통한 공장과 제품 및 인간 활동의 지능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3차 산업혁명과 뚜렷이 구별되는 경계가 공장이나 제품이 사람처럼 지능을 가지고 작동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이제 접하기 시작한 무인자동차, 대형 병원에 이미 도입된 약품 조제 로봇이 환자에게 지급되는 약을 조제하는 것과 같은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이 더욱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에 대한 관점과 인식체계가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던 '효율과 경쟁'에서 '혁신과 협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지속적인 혁신의 추구는 당연한 것이고, 혁신과 함께 반드시 추구되어야 할 것이 창조적 협력이다. 정부와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학문들 간의 창조적 협력이 없이 4차 산업혁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을 꽃피울 수 있는 창조적 협력이나 융합이 과연 선순환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정부 주도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전략으로 중진국까지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이나 중소기업들은 관련이 있더라도 창조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경험을 갖지 못했다. 개인은 수동적인 위치에, 중소기업은 그저 단순한 하청의 위치에 머무르는데 길들여졌다. 그 결과 전체적인 성장지표는 중진국이지만 국민 50% 정도는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의 소득과 삶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생태계를 보더라도 아직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갑을 관계는 뚜렷하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쥐어짜기 행태는 정부의 지도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여전하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평균임금은 6천만 원에 도달해 있지만 하청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3천만 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현상이 극복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이 제대로 성공할지도 의문이지만, 성공한다고 해도 그 과실 역시 일부 대기업과 부유계층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불합리성과 부조리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수직적 윤리 가치를 수평적인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학생은 선생님의 잘못된 가르침에도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윤리라고 인식해야 하고, 중소업체가 애써서 개발한 특허를 대기업의 무단으로 사용해도 처벌받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는 관행이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최근 삼성이 구성원 상호간에 창의성을 저해하는 부장, 과장과 같은 호칭을 없애고 이름 뒤에 그냥 '님'자만 붙여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한 정신적 기반이다. 우리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수직적 윤리를 수평적인 것으로 바꿀 때 4차 산업혁명의 완전한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