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정치부장(부국장)

[이정규 정치부장(부국장)] 가뜩이나 나라가 탄핵 정국으로 시끄러운 데,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등장해 추운 겨울을 더 춥게 만들고 있다. 충북 보은에서만 4번째 구제역이 발생했고 전북 정읍과 경기 연천에서도 구제역 바이러스가 나왔다. 지난해 3월 충남 홍성을 마지막으로 구제역은 종식됐다. 충북에서는 이보다 1년 전인 2015년 충주 돼지농장을 끝으로 발생이 멈췄다.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창궐했을 때도 충북은 '청정지역'이 된 듯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 충북이 올해들어 전국에서 처음으로 보은에서 발생하면서 이런 자부심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그것도 12일까지 4건이나 연이어 발생해 현재까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 되고 있다. 청정지역에서 오염지역으로 자존심이 구겨졌고 특산품 보은 '조랑한우'의 명성에도 금이 가고 있다. 구제역이 보은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면서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있다. 방역당국은 항체형성률이 낮게 나오면서 농민들이 백신 관리를 잘못했거나, 접종 방식을 매뉴얼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축산 농민들은 당국이 교육시킨대로 접종을 했다며 백신 효능을 의심하고 있다. 항체형성률 100%인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이면서 농민들의 주장이 무조건 틀리다고만 몰기도 어렵게 됐다. 또 50마리 이하 농장 백신접종은 공수의가, 그 이상은 농장주가 직접 접종을 하는 제각각 체계도 문제다. 구제역 방역 정책의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문가들로부터도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역당국의 관리가 허술하지는 않았는 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본다. 충북의 경우 정책 부서인 충북도 축산과와 축산위생연구소간 협조와 소통이 제대로 되는 지 짚어봐야 한다. 항체형성률 100%를 보인 농장의 의심 소에 대해 구제역 판정을 위한 시료 채취를 하지않은 것만 보더라도 결이 맞이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구제역 백신에 대한 교육과 접종에 대한 점검이 철저했는 지도 의심이다. 기온이 오르면서 구제역은 종식되겠지만, 이번 구제역 발생 대처에서 드러난 갖가지 문제는 반드시 고칠 필요가 있다. 농민 탓만 하지말고 농민들이 실행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백신 효능성에 대해서도 다시 점검해야만 한다. 태부족한 백신 확보와 방역관 등 인력 보강에도 정부는 전향적으로 고려해야할 것이다. 초대하지 않았고 반갑지도 않은 이 손님이 더이상 우리나라를 찾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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