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수필가

[이향숙 수필가] 햇살이 겨우 한 자락 남은 오후, 전자매장에 들어섰다. 익살스런 얼굴이 화면 가득하다. 지난해 연예대상을 받은 김종민 씨다. 그는 십대 때 유명 가수의 백댄서로 출발했다. 혼성그룹의 리더이며 주로 춤을 담당하는 춤꾼이다. 본격적으로 예능프로에 얼굴을 내민 그는 백치미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입담 좋은 사람들 속에서 본인의 바보스러움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오히려 감초가 되었다.

 그런 그도 평탄한 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대한의 남아로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급기야 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라는 시청자들의 압박을 받게 된다. 그때 오히려 '내일이면 괜찮아 지겠지'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단다. 그러자 본인도 모르게 프로그램이 재미있어 졌단다. 우연히 역사퀴즈를 하게 되었고 흥미가 생겨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은 그가 춤추는 것만큼 열정적이었다. 본인이 즐겁게 임하자 시청자들이 그를 다시 보게 되고 연예대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인간극장 같은 담백한 감동이다.

 뇌섹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명문대 출신의 연예인이나 한류열풍의 주인공이 아닌 백치미의 남자, 김종민 씨는 좌충우돌 돈키호테 같은 모습으로 즐거움을 준다. 그는 평범한 우리들도 고난을 만나거든 절망보다는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내가 가장 잘하고 즐거운 일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김종민 씨의 말처럼 오늘보다 내일은 더 좋은 일이 생기겠지 하는 긍정의 마음을 갖는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은 이룬 것이다. 전자매장에서 TV화면으로 만난 김종민 씨의 진정한 팬으로 내가 거듭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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