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객 고려 애니 번역 - 뮬란·알라딘을 중심으로
충북대 영어영문학과 커뮤니케이션 전공 송숙인

[충청일보 오태경기자] 충북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커뮤니케이션 전공 송숙인씨의 문학석사학위논문 '문화와 관객을 고려한 애니메이션 번역 - 뮬란과 알라딘을 중심으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송씨는 이 논문에서 일반 영화와는 달리 관람층에 아이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자막과 더빙으로 나눠지는 애니메이션의 번역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는 이 논문을 위해 디즈니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중 미국 문화와 거리가 있는 작품을 위주로 '알라딘'과 '뮬란' 2편을 선정했다.

또 시중에 출시돼 있는 DVD의 자막과 더빙 텍스트를 비교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이 두 편의 번역을 '포카혼타스'의 번역과 다시 한 번 비교하면서 더 나은 번역을 제시하고자 했다.

송씨는 대중성이 확보되면서 더욱 폭 넓은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목적을 위해 제작되며 문화 소통의 한 방법으로 우리 삶 곳곳에 자리잡은 애니메이션의 파급력이 강해짐에 따라 번역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봤다.

정보 판단력이 약한 어린 아이들이 인식하지 못 하는 사이 애니메이션에 내재된 제작자의 의도가 주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막은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글자가 차지하는 공간 만큼 장면이 가려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 짧은 시간 안에 관람객들이 자막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원문을 모두 번역하지 못하고 축약을 많이 한다.

또 더빙이 녹음에서 완전한 구어체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자막은 가독성을 고려, 맞춤법에 의거한 텍스트로 작성된다.

이와 같이 자막은 공간·시간적 제한 때문에 원문보다 짧아지기 때문에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어휘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자막 번역은 영어를 이해하면서 자막을 읽는 시청자를 의식, 더빙보다 원문의 내용에 더 충실하기도 하다.

반면 더빙은 우리말로 녹음하기 때문에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오리지널 사운드를 없애고 우리말을 덧입히는 작업 과정에서 우리나라 문화나 정서에 맞지 않는 원문의 내용을 지우고 이야기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정도에서 새로운 문장을 넣는 경우도 있다.

더빙은 자막 번역과 달리 번역된 음성을 통해 낯선 문화를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 관객이 받는 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번역과 녹음이라는 두 가지 단계를 거치는 제작 방식으로 인해 자막보다 제작비가 더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역 방법은 우리 실생활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 너무 난해해 전달력을 떨어트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 인용한 세 편의 애니메이션은 '알라딘', '포카혼타스', '뮬란' 순으로 개봉됐다.

더빙 번역을 살펴보면 지난 1992년 개봉한 '알라딘'이 세 작품 중 과격하거나 세대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당시 유행했던 유행어도 찾아볼 수 있었다.

1998년 개봉된 '뮬란'은 연구한 세 편 중 가장 최근에 발표됐으나 전쟁이라는 소재 때문에 더빙에서 한자어가 가장 많이 쓰였다.

1995년 개봉한 '포카혼타스'는 '알라딘'과 '뮬란'에 비해 더빙 번역이 쉽고 자연스럽다.

이 세 편의 번역을 비교 분석하면 애니메이션이 대상으로 삼는 관객에 비해 텍스트의 난이도가 다소 난해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빙은 원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모두 관람할 수 있다.

그러나 영상을 볼때 자막을 선호하는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더빙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영상 번역 연구는 대부분 자막에만 집중돼 있고 더빙에 대한 연구는 많이 찾아 볼 수 없다.

이번 논문에서 송씨는 "애니메이션 시장이 거대해지고 파급 효과 또한 커짐에 따라 자막 뿐 아니라 더빙 번역 연구도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관객이 공감하도록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파악하고 영상 구조를 연구, 보다 자연스러우며 올바른 번역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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