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대통령의 지인인 한 민간인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면서 몇 달간 국정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어느 정부든 위기는 있었고 부정부패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같이 전 방위적으로 전횡을 일삼은 적은 없었으니, 그 단초를 제공한 대통령도 결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리더 부재인 한국은 내치는 물론 외치에서도 방향을 정하고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많은 고위직 공무원들이 연루되어 공무원 사회도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민심은 촛불집회와 맞불집회로 나뉘어 두 동강이 났고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부추기면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나라는 혼돈의 연속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시기가 국민의 80%가 원하는 3월 초순으로 가시화되면서 헌법재판소에 대한 양측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단호해진 재판관들은 뚜렷한 소신으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고통 받는 것은 국민이다. 최근 들리는 소식들은 모두 어둡다. 전체 실업률이 9개월 만에 다시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실업자가 100만을 넘어섰다.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은 취업준비생도 역대 최다인 70만 명에 육박했다. 취업 시장은 이처럼 얼어붙었는데 1월 청년실업률이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구직을 포기한 청년이 늘었기 때문이다. 취업하려면 노동시장에 진출해야 하는데, 채용이 위축되고 구직활동이 위축되어 청년실업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최근 접수가 마감된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에 역대 최대 규모인 2만 8천여 명이 몰린 사실도 취업문제의 심각성을 말해 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유엔 지속가능 개발목표 보고서'는 한국의 지속성장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인프라 등은 상위권지만 환경, 에너지, 청년실업, 성 평등은 낙제점이다. 한국은 OECD 가입 34개국 중 25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국가의 미래 곳곳에 빨간불이 들어온 원인을 정부의 리더십 부재로 지적하면서 "강력한 리더십 아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대국민 참여와 소통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빨리 이 혼란스러운 정국이 수습되고 국가가 안정되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원한다. 국가의 안정이 곧 국민의 안녕이기 때문이다. 탄핵이 인용되던 기각되던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결과가 나오면 모두 깨끗이 승복하고 다음 일을 도모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모두 심기일전하여 국가의 미래를 향해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이번에 지도자의 덕목이 무엇인지,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할지 분명히 배웠다.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준수하여 법치의 상징과 모범이 되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지 않으며, 전 국민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데 앞장서서 공정하게 국정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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