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현대도시의 확장과 인구증가의 한계로 인해 도심을 되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흔히 도시재생이라는 용어로 쇠퇴되거나 버려진 원도심을 중심으로 활성화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지자체와 사업들이 재개발과 혼용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조급한 결과물 도출을 위해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어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이 진행되는 곳은 의외로 많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주민들이나 지역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문가들이나 관료중심으로 추진하여 원활한 진행이 어렵거나 때론 지역적 문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재생계획과 사업은 형식적인 의견수렴이나 절차상의 과정으로가 아닌 활동가 혹은 지역전문가들이 직접 재생계획과 현장에 투입되어 머리와 피부 그리고 가슴을 맞대고 만들고 진행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재생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재생이라는 것이 우리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짐은 물론 앞으로 지속적으로 생활해야하기 때문에 사용자 측면에서 당연히 함께 고민해야할 뿐 아니라 가꾸고 지켜나갈 주체이기에 더더욱 의견수렴과 주민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다만 재생이 여러 생각이 다른 참여자들이 스스로 계획과 사업에 일정 역할을 담당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나 조율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이 전체적인 진행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구체화하기위해 활동가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는 예산이 투여되고 행정인력의 성과로서 평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재생이 가지는 속성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감사는 행정인력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하여 재생추진의 권한을 놓지 않게 되는 측면도 있다. 이를 개선하기위해 재생에 관련된 부서와 인력은 선진국처럼 가능한 최소화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인력으로 대체하여, 이들은 민간전문가들로 구성하여 순환보직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재생업무와 사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슬림화와 지원중심의 행정시스템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 포트랜드시의 경우 정식 공무원보다도 재생이나 특별목적을 가진 사업을 추진하는 전문가들이 120명 정도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챙기면서 규제나 간섭이 아닌 순수한 자문과 지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결과 전문가와 활동가중심으로 샤렛이라는 주민참여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주민의 대부분이 퇴근 후 커뮤니티시설에 모여 일주일의 4일을 사업추진에 대한 모든 것을 토의하고 결정해나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결과에 대한 만족감은 물론 공동체의식까지 함양되어 도시공간의 물리적 환경개선과 함께 지역장소성 그리고 자긍심까지 고취시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처럼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가이드라인이나 평가지침이 아닌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의 특성에 맞추어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획일적인 잣대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역마다 색다른, 그래서 흔히 장소성이 있는, 도시재생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관중심의 재생에서 벗어나 원래의 재생 목적에 부합하고 주민들의 역량강화를 통해 각기 다른 색깔의 재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이 장소통합형 도시재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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