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지난달, 관내 초등학교 졸업식에 다녀왔다.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명칭이 변경 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0년이 넘었다. 변경 당시에는 초등학교라는 말이 어색했는데 이제는 '국민학교'가 더 낯설게 느껴진다.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학교는 작고 포근했다. 졸업식장은 강당이 아닌 작은 급식소로 졸업생이 14명밖에 안 되는 조촐한 졸업식이다.

 졸업장을 주면서 화면 속에 학생 하나하나의 사진과 장래희망이 함께 나왔다. 장래희망이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개그맨, 체육선생님, 크리에이터, 영농후계자, 인터넷방송진행자 등 장래 희망이 회사원, 간호원 이 고작이었던 필자의 시대와 비교하니 격세지감이 확 느껴진다. 송사와 답사도 없이 졸업식 노래가 끝이다. 선생님의 지휘로 4분의 4박자의 엄숙한 졸업식 노래는 당사자인 졸업생들보다 함께 한 학부모나 관계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재학생들이 부르는 1절 가사에 가슴이 뭉클하다. 얼마나 오랜 만에 들어보는 노래인가.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우리들도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뒤를 이어 졸업생이 2절을 부르는 순서인데, 재학생과 졸업생이 동시에 2절과 3절을 후딱 부른다. 순간 당황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닌데,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고 졸업생과 재학생이 서로 나누어 부르면 보내는 마음과 떠나는 마음이 잘 전달되었을 텐데 의아했다.

 아쉬운 마음에 사무실로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하여 2절과 3절을 조용히 불렀다. 졸업생을 대신하여 2절을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나머지 3절은 졸업생과 재학생의 마음으로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속울음처럼 부르고 나니 가사 하나하나가 먹먹하게 다가온다. 선후배 간의 우정, 선생님에 대한 감사, 학교에 대한 추억, 나라 사랑하는 마음 등 많은 뜻을 품고 있는 노래다. 이 졸업식 노래는 1946년에 문교당국에 의해 제정된 노래로 광복 후 첫 졸업식부터 사용하여 오늘날까지 통용되고 있다. 윤석중 선생님이 작사를 했다. 동요작가로 유명한 윤석중 작가는 세상에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이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다 보니 필자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떠오른다. 시골의 작은 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못 가, 더 이상 학교를 갈 수 없는 현실에 많이 슬펐던 기억이 아직도 아프게 남아 있다. 단체로 찍은 사진 한 장이 유일한 초등학교 졸업식 기념이기에 이 노래가 더 슬픈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라 큰 어려움이 없지만 필자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시골에서 여자아이를 중학교에 선뜻 보내주는 부모가 많지 않았다. 더 이상 바라다 볼 희망이 없어 마냥 서럽고 슬펐던 졸업식노래를 이순을 바라보는 언덕에서 오늘은 슬프지 않게 부르고 싶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