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올해 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두 달이 훌쩍 지나갔다. 사람들은 3월이 되면 기대와 희망으로 봄을 맞이한다. 주변의 산과 들에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찾아오는 봄의 소리가 우렁차다. 대자연의 품안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최근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황에 지쳐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봄은 희망의 노래가 될 수 있다. 평소 의기소침하고 기운이 없을 때 건강식을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얻는 것처럼 봄은 생명력을 갖게 하는 계절이다.

필자는 수년전 청주에 머물 때 무심천에서 느꼈던 봄날의 행복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당시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하였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펼쳐진 무심천과 상당산성 성벽길을 산책하면서 힘을 얻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소박하고 따뜻한 성품을 지닌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으며 교류하며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또 하나의 귀한 선물이다. 무심천에서 불어오는 봄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듯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아침이다. 무심천변에 벚꽃이 활짝 필 때쯤 오랜만에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화려한 벚꽃 축제를 즐기고 싶다.

시간은 참 자비도 없이 흐른다. 봄은 새로운 각오로 일을 해야만 한다는 부담을 갖게 한다. 스스로 느끼기에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조금 부족할지라도 한해의 본론으로 시작해야할 시간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과 시작할 시점이 지났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것인지 알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이제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날로그시대에서 스마트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삶의 일상에 시작과 끝이 정말 있는 것일까? 편의상 단순히 일 년 단위로 시간을 구분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디까지 서론이고 어디부터 본론인지 그리고 결론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을 복잡하기도 하다.

얼마 전 재심사건 전문변호사의 실화가 영화로 제작되어 화제가 되었다. 조그만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올라와 공장에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고시공부를 시작하여 어려운 사법시험에 합격하였으나, 학력도 돈도 배경도 없어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고 결국 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계 수단으로 국선변호사로 활동하였으나, 나중에 억울한 누명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과 상담하면서 사명감이 발동하여 사건을 다시 철저하게 조사하여 무죄판결을 다수 이끌어내었다. 시작은 절대적인 무(無)의 상태였지만, 호소하며 도움을 바라는 사람을 이해하면서 유(有)의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무(無)는 유(有)를 향한 내재된 호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의미가 있게 된다.

카프카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청춘은 행복하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청춘은 좌절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는 삶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청춘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봄은 희망의 출발점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의 장기화로 인해 사회 전반에 걸쳐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통령 탄핵재판의 결과 여부에 상관없이 상당기간 동안 대립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사드배치 논란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조치는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정부와 경제계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은 걱정스런 마음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해결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이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고 정상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긍정적이다. 국가 구성원 모두가 아름다운 표정과 따뜻한 시선으로 비난보다는 칭찬을, 부정보다는 긍정을, 슬픔보다는 기쁨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차분하게 대처한다면 아직은 희망이 있다. 자, 이제 봄의 시작이다. 희망의 날개를 활짝 펴고 진정으로 소망하는 봄날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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