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무릇 '일'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아주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조건이다. 인간은 일단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독립적으로 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이야말로 삶의 기본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성서(聖書)에서는 "일하기 싫은 사람은 먹지도 말라"하였으며, 러시아 격언 또한 "노동은 인간을 신성하게 해주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다"라 하였다. 이러한 언명은 그 만큼 일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 '일'이란 과연 무엇인가? 인간의 삶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물질적 요소(재화)가 충족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빵만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은 육체적·욕구와 함께 정신적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돈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돈과 같은 물질적 가치 외에 '자아실현'과 같은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일이란 '육체적·정신적 노력을 수반하는 목적 있는 인간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하는 일은 동물들의 무의식적·본능적 활동과 잘 대비된다. 인간은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조직은 물론 개인의 차원에서 일을 하며 살아간다. 아무튼 인간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일을 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은 그 '일을 대하는 태도'이다. 즉 '무슨 일을 하느냐가 보다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하느냐'가 바람직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을 하는 이유를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나름대로 그 일에 대한 의미가 도출될 수가 있는 것이다.

 니체는 "자신이 왜 사는 가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과 고통도 극복할 수 있다"라 하였다. 사실 마지못해 일하는 게 얼마나 재미없고 무의미한 것인가. 요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열심히 놀아야 된다. 일과 놀이의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삶이 윤택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는 것이다. "건전한 인간은 여가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라는 영국의 격언이 있듯이 일만으로는 삶의 만족을 온전히 가져올 수는 없는 것이다.

 고로 일이 아닌 다른 가치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놀이'다. 그런데 놀이의 특성은 바로 '자발성'이다. 억지로 하는 것은 놀이가 아니다. 즉 놀이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으로 정서적 공감과 정신적 만족감을 통해 즐거움과 흥겨움을 맛볼 수가 있는 활동이다. 무엇보다도 놀이를 통해, 여러 가지 정신적 고통을 잊어버리고 삶에 지쳐있던 육체적 피로를 풀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능은 일이 전제가 되었을 때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일하지 않고 놀이만 탐닉하는 경우 그 놀이는 별 의미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 흔히 일만 알고 놀이를 모르거나 놀이에만 빠져서 해야 할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컨대 일할 때는 최선을 다해 열중하고, 놀 때는 놀이 그 자체를 제대로 즐김으로써 건강한 에너지를 만들어 풍요롭게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