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수필가

 [이향숙 수필가] 매일 많은 사람들과 마주한다. 주로 직업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 공간에서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료들이 있다. 가끔은 바람처럼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구구절절 사연을 나누며 눈물바람을 일으킬 때도 있다. 섣불리 마음의 문을 열었다가 홍역을 치르기도 한다. 그런 날은 서둘러 문을 잠그고 주변인처럼 겉도는 방관자가 되려 한다. 상대의 따뜻한 미소에 마음 문을 열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한다. 주섬주섬 한보따리 챙겨 보낸다.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고 그가 즐거워해서 내가 행복하다.

 봄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지던 날, 유독 나에게만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차라리 겨울이라면 내의도 든든히 입고 두꺼운 외투를 입었으련만 얇은 옷에 파고드는 추위는 살을 에이는듯하다. 일이 잘 풀릴 때는 곁에 있는 이의 고마움이 깊지 않으며 떠나는 벗의 뒷모습도 그다지 서운하지도 않다. 우연처럼 굳게 닫혔던 마음을 열게 했던 이도 떠날 때가 되었단다. 생각보다 빠르게 그 순간이 왔다. 그럴만한 사정이 생겼고 그렇다면 기꺼이 보내야 한다.

 나는 이성과 감성의 합일점을 찾지 못한다. 변덕스런 날씨에 대처하지도 못한 채 다시금 그가 손을 내밀 것만 같아 하루 종일 출입구에 눈이 간다. 어리석게도 주면서 받을 것을 생각했나보다. 물질이건 마음이건 주는 이는 주는 것으로 기쁨을 삼아야한다. 이렇게 자국이 남는 것을 보면 분명 어떤 기대가 있었나 보다. 서둘러 떠나느라 다 챙기지 못한 것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알까. 벗으로서 나의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를 떠나게 한 것일까. 상념만 깊어진다.

 보이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무형의 마음 문을 나는 다시금 어렵게 열어놓고 있다. 그가 계면쩍게 웃으며 들어 올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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