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가 더 나빠졌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를 두고 경제계에서는 기업인들의 경영활동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들의 싸늘해진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한 재벌기업은 운영목표에서 '수익창출'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사회적 기여'라는 말을 추가했다고도 한다.

 우리 사회는 엄연히 자본주의 경제체제이다. 자유로운 창업과 경영활동이 보장되며, 경영자들이 혁신을 통하여 이익을 추구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노력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해야 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보장되고 사회도 발전한다. 아마도 이런 시장원리를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 대중들이 대기업을 비난하는 중요한 이유들이 있다. 그 첫째는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정경유착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의 역사는 자생적 자본투자와 피나는 경영노력의 과정이 아니라 태생부터 성장까지 부조리한 정경유착에 의존한 측면이 강하다. 이런 어둡고 불공정한 역사에 대하여 국민들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격유착은 진행형이다.

 둘째는 대기업이 '을'의 지위에 있는 협력 및 하청업체들을 수탈하는 관행 또한 여전하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연봉은 1억천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원자재나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업체의 평균연봉은 3천만 원 정도이다. 그것도 채 되지 않는 업체들도 있다. 필자가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더라도 대기업의 고임금이 협력사에게 돌아갈 이익을 강제로 억제한 결과라는 오해를 받을 만한 증거들이 많다. 이것은 국민이 원하는 상생이나 동반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인간적 삶의 보장을 위해서라도 협력사의 평균급여가 대기업의 60% 이상은 되도록 하는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

 셋째는 대기업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무자비한 행태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영체제는 거의 대를 이은 가족경영체제이다. 이들은 한 번도 '을'의 위치에 있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서민들이 돈으로부터 고통 받는 삶의 양식을 잘 모른다. 그 결과 그들보다 수천 배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몫 수십만 원씩을 덜 주고라도 1천억 원의 곳간은 채우려는 욕심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삼성반도체가 백혈병 피해 희생자들에게 불과 5백만 원의 보상금만 지급하려고 했다는 언론보도가 그 좋은 예이다. 하지만 삼성은 최순실 개인이나 관제제모 등에만 무려 수십억 원씩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경영행태는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마이크로소프트나 페이스 북과 같은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어둡고 추한 모습이다. 대기업들이 서민과 대중의 비난만 탓할 것이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도록 공정하고 본받을 만한 윤리경영을 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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