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조기 대선일이 5월 9일로 확정되고 나서 각 정당의 대선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헌정 사상 여당이 없는 상태에서 치러지는 첫 직선 대통령 선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판면돼 7개월 앞당겨서 치르는 이번 19대 대선 판도는 현재 야당이 단연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진영을 완전히 초토화시켜 결과적으로 야당에 정권을 헌납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자들의 지지도를 합하면 80%에 육박한다. 종전 여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들은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으면서도 지지도는 막말로 대선후보라고 명함을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로 거의가 1~2% 대의 처참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구 야권의 독보적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을 형성하며 대통령이 다 된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오만한 행태는 이미 국회의 탄핵소추 전부터 거론돼왔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아직 대선 출마여부는 물론, 귀국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던 작년 12월, 반 총장을 향해 “말년에 험하게 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명예를 지키고 여생을 사는 게 좋다”며 “검증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고 협박에 가까운 말까지 서슴치 않았다. 탄핵심판이 끝나지 않았고 조기대선 여부도 아직 불투명한 시점에 대선용 초대형 싱크탱크를 구성해 사실상의 매머드 대선 캠프까지 꾸렸다. 1월엔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주자들을 국정에 참여시키겠다”고 발언해 “벌써부터 예비내각” 구성하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미확인이지만 ‘새도우 내각’명단까지 SNS에 나돌기도 했다.

문 전 대표 개인만 오만을 드러낸 게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고위 관리와 진보인사들로 구성된 한반도평화포럼이라는 진보성향의 단체는 지난 13일 긴급논평을 내고  “대통령 탄핵은 박근혜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한 탄핵”이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현 정부 통일·외교·안보 관료들은 지금 즉시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임동원 백낙청 정세현 이종석 정성장 고유환 등이 회원인 이 단체는 “사드 배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면서 “사드배치를 주도한 윤병세 외교·한민구 국방 장관과 개성공단을 폐쇄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 이들을 뒤에서 조종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엄중한 법적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단체까지 나서서 벌써부터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격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일 열린 민주당 대선주자 4인 TV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는 같이 호남에 뿌리를 뒀으니 자연스럽게 통합될 것이라 흡수통합론을 제기해 국민의당으로부터 “꿈깨라”, “웃기는 소리”라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런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도그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구 여권은 독단으로 무너졌다. 뜻 있는 사람들은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이 반문(反文) 진영을 구축해 견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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