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지난 3. 10. 11:21 '주문 :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정미 재판관의 주문낭독에 의해 대한민국호의 선장은 그 직위를 최종적으로 박탈당했다. 권력분립에 있어 한 축을 담당하는 입법부(국회)가 행정부 및 사법부의 권력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서 규정된 탄핵소추권의 행사에 의한 사상초유의 결정이었다. 국민의 신임을 저버렸다고 평가할 만한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의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하여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중대하다는 결정문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좌초위기에 놓인 대한민국호를 구하기 위해 대다수 국민과 대한민국 헌법의 힘으로 만들어 낸 긴급한 구조행위였다.

 대통령측 대리인의 시간끌기 및 막무가내식 변론에도 8인의 헌법재판관들은 국민과 헌법만을 보고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신속하게 한 것이다. '임금이 배라면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중국 고대 사상가 순자(荀子)의 이론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법적인 방법으로 현대에서 구현된 것으로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고 역사는 평가할 것이다.

 국정농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재판은 끝났지만, 범죄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묻는 법원의 재판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돈, 명예 등 각자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돕거나 이를 이용했던 부역자들은 현재 법정에서 진실공방을 벌이거나, 양형(量刑) 싸움을 벌이고 있다.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동상이 흔들릴 정도로 목 놓아 외치던 국민들의 심리전과 특검의 전 방위 여론전에도 불소추특권을 방패삼아 청와대라는 벙커에서 꿈쩍도 하지 않던 대통령은 탄핵결정에 의해 두 가지 무기를 모두 잃고 민간인이 되어 3. 21. 드디어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고 말았다. 본격적인 수사 및 법리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피의자 신분이 된 전 대통령에 대하여 검찰은 부역자들의 진술과 국정농단의 객관적 증거를 무기로 '직권남용죄'과 '뇌물죄'에 대한 추궁을 통해 자백을 받아내길 원할 것이다. 그에 반해 대통령측은 객관적으로 입증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공무상 비밀누설죄'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범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다툴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직권남용죄'의 경우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본래의 취지와 달리 부당한 목적·방법으로 불법하게 행사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이기에 목적의 부당성, 행위의 불법성에 대한 입증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직무행위를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과 직무행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일반인의 신뢰가치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뇌물죄'의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경제적 공동체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단순뇌물죄 또는 제3자 뇌물죄로 의율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핵심쟁점은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관계(뇌물여부) 및 부정한 청탁의 입증에 달려있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법조계의 공격 최고수와 방어 최고수가 맞붙는 총성 없는 전쟁에서 승자는 누구일까. 수많은 형사재판의 경험상 법리는 사실을 이길 수 없으나, 사실은 진실일 경우에만 힘을 갖는다. 진실의 힘이 정의를 구현하는 역사적 순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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