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강 한국무형문화유산도자기명장

[이용강 한국무형문화유산도자기명장] 일본 오사카의 옛지명은 나니와(難波)이다. 지금 오사카 시내의 3분의1이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이기에 그곳에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파면 바다였다는 흔적이 고스란히 나온다. 오사카 시내에서 나라(奈良)방면으로 전철을 타고 가다보면 하지노사토(土師ノ里)역이 있는데 스에키(須惠器)라고 불리는 경질 토기가 만들어진 유명한 곳으로 지카츠아스카(近つ飛鳥)박물관에 3만점 정도가 소장돼 있으며 하니와(埴輪)라고 불리는 고분시대의 부장품 토기의 이름으로, 그 유래가 두드리면 쇳소리가 난다하여 우리말 '쇠기'에서 '스에키'로 변했다고 오사카예술대 박물관학 다나카 도시오(田中敏夫)교수에게 들었다.

 이 지역은 나라에 야마토(大和)라는 일본 최초의 통일왕조를    세우기 위한 전진기지로 백제의 근초고왕(13대346~375재위)때 활발한 교류가 있어 왕인박사가 한문을 전한 곳으로 성덕태자의 능과 가까운 곳에 묘소가 있으며 곳곳에 고분이 널려있어 백제와의 깊은 유대를 알 수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일본어에 '구다라나이'라는 말이 있는데 '가치 없다, 하찮다'라는 뜻이다. 원래 '구다라'는 백제를 지칭하는 일본의 고대어인데 풀어보면 '백제에서 온 물건이 아니라 가치가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 한 가지 설이 있는데 17세기 에도시대에는 오사카나 교토 등에서 만든 물건을 가미가케(上方)라 했고 그것이 동경지역으로 내려오는 것을 구다리모노(下り物)라 부른데서 유래됐다는 말도 있다. 아무튼 주지의 사실로 일본어에는 한자를 소리 나는 대로 읽는 '음독'이 있고 뜻을 새겨 쓰는 '훈독'이 있는데 두 가지 규칙에 속하지 않는 아데지(?て字) 즉 의미를 찾기 어려운 덧붙침말 하나가 더 있다. 백제를 '구다라', 아비코역(我孫子?)을 '아손자'라 쓰고 '아비코' 라고 읽거나, 토기를 하지키(土師器)라 하며, 특히 지명에 아데지가 많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한반도와 강한 연대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포스코대학 이영희 교수의 저서 '또 하나의 만엽집'에서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하는데, <만엽집>에 실린 시가들은 신라의 설총이 집대성했다고 하는 이두와 한국의 고대어로 해석하면 단순한 남녀의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정치세력간의 전쟁을 은어로 만들어 전투에 사용한 내용이었다는 새로운 주장은 일본 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때까지의 일본학자들은 '만엽집'을 중세 이후 일본어로 풀려고 하니 뜻도 잘 통하지 않고 모호하게 해석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매년 일본의 대학입시에 출제될 때마다 학생들을 괴롭혀왔던 것인데 1989년 <또 하나의 만엽집>을 펴내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 학계와 참고서 출판업계에서 큰 논란이 일었고 결국 다음해부터 입시문제에서 제외되는 사건으로 발전한다.

 이와 같은 <만엽집>의 무대가 되는 곳이 오사카예술대학 근처인 미나미 가와치군 일대인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고지키(古事記)의 신무천황이 동쪽으로 정벌해 가는 과정인 '동정기'의 바탕이 되는 지역이며 아스카(飛鳥)문화의 발흥지이기에 더욱 유서 깊은 곳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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