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박기태 건양대 교수] 어느새 화창하고 완연한 봄이다. 하늘에서 따스하게 빛나는 햇살이 온 누리를 비추고, 지상에는 겨우내 땅속에서 추위를 피해 몸을 움츠렸던 만물들이 기지개를 펴려고 하나둘씩 솜털같이 부드러운 새싹들로 우리를 맞이한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생동하는 젊은 시절로 돌아간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은 나이테를 잉태하는 나무의 아픔, 바로 그 고통과 같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테의 금이 흔적을 남기도록 삶을 힘들고 고단하게 만들며 때로는 생기발랄하고 살맛나게 그리고 때로는 바쁘게 그것도 아주 바쁘게 돌아가게 하는 이유와, 정녕 우리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홀로 고독하게 서 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반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흔히들 말하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은 오만이라는 죄를 짓게 된다고 한다. 무엇인가 모자람이 있음으로 해서 그 부족함을 보완하고 보살피려는 삶에 대한 사랑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사랑에 젖어들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감정이 풍부해진다. 아울러 사랑이란 콩깍지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이 아람다워 보일 것이다. 그런고로 감정이 한껏 부풀어 모든 것이 아름다움 그 자체로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시인답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삶에 대한 사랑은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병이다. 사랑이 사라지거나 혹은 잘못되지나 않을까에 대한 걱정의 상념이 끊임이 없으며, 사랑이란 또한 서로 상반되는 요소들을 어떻게 하면 더 조화롭고 아름답게 다듬어 가는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에 대한 사랑은 오랜 시간동안 참고 견디면서 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루소(Rousseau, Jean Jacques)는 그의 저서『고백론(Les Confessions』에서 "일생을 살았다 해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또 우리의 인생인가 보다."라고 말했다.

 중년이 되고서야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알게 되면서 우리는 또 야심에 차고, 그것으로 인해 건강을 잃으며 지나친 야망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쉽게 말해서 속물적인 근성에 젖어들어 돈과 명예욕 같은 사치스러움에 시달린 나머지 삶에 대한 사랑의 지혜를 가져다주는 것들과는 거리가 멀게 된다. 그러한 까닭에 끝없는 자아탐구의 일환으로 내실 있고 값어치 있는 것들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반면에 삶에 대한 사랑의 예지가 아무리 넘쳐흐를지라도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삶의 발전이 있을까?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예지와 현실의 삶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은 또 다시 어김없이 찾아 왔고 일 년에 서너 번씩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바람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이 세상에는 완전함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봄날에 다시 한 번 '약간은 모자라고 덜 다음어진 채로 불완전한 것이 우리의 삶'이란 사실을 인식하고 완전함을 갈구하여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우리의 일생을 향해 달려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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