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수필가

[이향숙 수필가] 겨우내 비실대던 장미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린다. 기특하게 피워 낸 붉은 꽃에 눈길이 머문다. 문득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루한 생각이 비집고 들어선다. 어떤 이는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으로 나누어 말한다. 그러나 삶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강 건너에 이상향이 있다면 강가에 다 달아야 만이 비로소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강을 건널 수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 가기위해 축지법이라도 쓰고 싶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언제쯤이면 갈수 있을까. 가끔은 바람도 불고 비가 내린다. 그런 날에는 내가 왜 이 길을 걷기 시작했는지 그날을 떠올려 본다. 많은 이들이 자신보다도 자식을 위해 길을 나섰지만 자식이 부끄러워한다고 바위 뒤에 몸을 숨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척박한 황무지를 더듬거리며 앞으로 전진 한다. 그것이 길이 되기도 한다.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우연히 다른 지역으로 궂은일을 나선 한 아주머니의 속사정을 들었기 때문이다. 결혼적령기인 자식의 앞날에 흠이 될까 두렵단다. 자신의 노후준비보다도 자녀의 뒷바라지에 더 마음을 쓰는 이 어머니가 가족을 먹이고 입히는 삶을 지탱하는 것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진정으로 부끄러운 것은 어떤 직업에 종사하느냐가 아니다. 부정한 것을 못 본 척 넘어가고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양심을 파는 것이다. 그러니 3D업종에서 땀방울을 흘리는 것은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이다.

 더러는 뒤 늦게 일터를 찾는 이도 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일하고 정년을 맞이한 남편과 채 학업이 끝나지 않은 자식을 위한 그들의 노동은 신성하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신의 선물이다. 신의 선물을 감사히 여기며 기꺼이 꽃의 거름이 되기를 마다치 않는 모든 어머니께 감히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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