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한때 일본의 자존심으로까지 일컬어지던 도시바(動芝)가 몰락을 길로 들어섰다. 최근 발표된 2016년 경영실적을 보면 5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도시바는 143년 전에 일본 최초의 가전제품 생산업체로 출발하여 반도체와 컴퓨터사업의 확장에 이르기까지 일본 산업발전사에서 전설과도 같다. 그렇지만 이제 국제 인수합병 시장에서 팔려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도시바가 이처럼 쇠락한 것은 2000년대 이후 진출한 원자력발전사업의 실패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바의 몰락은 그동안 쌓이고 쌓인 조직 내 살벌한 권력투쟁, 경직된 조직문화, 수직적 의사소통 등 시대를 거스르는 부실한 조직 관리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어느 조직이든지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권력투쟁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때문에 미리 조정 장치를 잘 만들어서 갈등 시 조정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경영자의 책임이다. 조정 장치가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 조직은 사업비 분배, 승진 등의 이유로 권력투쟁이 일어날 때마다 내상을 입게 되고 결국에는 중증질환으로 발전하게 된다. 도시바의 원전사업 진출도 정상적인 다각화전략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음으로 도시바를 병들게 한 요인은 경직된 조직문화이다. 조직의 문화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야 구성원들의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다. 때문에 조직 관리자들은 10년 후쯤의 기업환경이 요구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도시바는 1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기업답게 상명하복의 수직적 문화를 최상의 가치로 유지하고자 했다. 그 결과 조직에는 수직적 문화에 맞는 '예스맨'만 남고 수평적 가치를 추구하는 '노맨'은 모두 떠나버렸다. 조직이 엉뚱한 방향으로 운전을 해가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혹시라도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그것은 도전과 혁신에 대한 반항쯤으로 치부되었다.

 또한 도시바의 몰락을 초래한 중요한 원인은 수직적 소통방식이다. 조직의 핏줄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소통은 반드시 수평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개방과 민주화가 대세이므로 수직적 소통은 당연히 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본 특유의 집단문화를 유지해온 도시바에서는 수직적 소통이 미덕이었다. 경력이 바로 능력으로 인식되었고 미숙련자에게는 복종이 강요되었다. 이런 조직에서 아래로부터의 혁신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없는 조직은 미래를 잃어버린 것이다.

 한국의 3대 조선회사 중의 하나인 대우조선이 최근 도시바와 같은 극한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불과 몇 달 전에는 한진해운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실업자들을 쏟아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세계 경제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마치 도시바처럼 운영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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