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요즈음, 거리에 나가면 제19대 대통령선거 현수막과 유세 차량을 만나고, 선거 방송이 넘치는 중에 색다른 소식이 있었다. 지난 17일, 어느 라디오 방송의 '김현정의 뉴스쇼'를 듣고, 25일에는 TV의 남북의 창에서 '여자 축구 평양 원정기'를 시청하였다. 평양에서 금의환향한 여자축구대표팀이 악전고투 끝에 쟁취한 승전보를 흥겹게 접하고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때에 온 국민은 신선한 희망과 감동을 받았다.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기까지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를 듣고 많은 교훈도 얻었다.

 내년 4월에 요르단 아시안컵에서 5위 안에 들어야만 2019년 프랑스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는데, 이번에 평양에서 열린 2018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에서 1위를 해야 아시안컵 본선에 나갈 수 있었다. 경기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중요한 대회였지만, 평양 원정 경기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 악조건이었다. 서울에서 평양은 200km 정도라고 한다. 자동차로 가면 2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지만, 중국에서 1박을 하고 대기와 환승을 하며 25시간 이상 가면서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니 너무 안타깝다. 마치 필자가 백두산을 갈 때 중국을 거쳐 가면서 착잡했던 그 심정이었을 것이다. 금강산을 갈 때처럼 육로로 간다면 금방 갈 수 있을 텐데…….

 북한 여자축구는 강팀이라 우리가 역대 전적에서 1승 2무 14패일 정도로 모든 것이 불리했다. 우리의 FIFA랭킹이 북한(10위)에 7계단이나 뒤져 있고, 객관적인 전력에서 북한은 한 수 위였다. 거기다가 장소는 북한의 평양이고 5만 명 가까운 일방적인 응원에 자칫 선수들이 위축되고 떨릴까봐 매우 걱정되었는데, 이를 극복하며 강인한 정신력으로 어렵게 무승부를 하였으니 참으로 평양의 기적이라 할만하다. 동점골을 터뜨린 장슬기 선수는 물론, 평양 현지 상황과 비슷한 굉음 속에서 훈련을 한 유비무환의 지혜도 적중하였고 빛났다.

 평양대회 기간 동안 미중 정상회담이 치러지고, 미국의 거대한 항공모함이 이동하고, 심지어 전쟁설까지 있었다니 얼마나 불안했을까! 오로지 조1위를 하겠다고 경기에만 집중하여 인도를 10대 0으로 이기고, 북한과의 무승부로 더욱 자신감을 얻어 홍콩(6-0), 우즈베키스탄(4-0)을 대파하고, 다득점 승리를 거두고 평양에서 우승하여 본선 출전권을 달성했으니 무척 자랑스럽다.

 이런 가슴 찡한 경기를 중계방송을 안 하여 너무 안타까웠지만, 뉴스와 인터넷으로 주요 장면을 보니 북한 아나운서가 '대한민국'이라 소개하는 것을 보고 기뻤다. 평양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진 것은 2013년 세계역도대회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북한 주민들은 모두 일어나 그나마 예의를 갖추는 모습도 다행이었다. 이제 평양의 기적에 만족하지 말고, 2019 내년 4월에 요르단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에서 8개 참가국 중 5위 안에 들어, 2009년 프랑스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WK리그를 알차게 운영하며 철저한 준비로 위대한 도전을 계속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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