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현대사회는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네 명중 세 사람이 도시화지역에 살고 있게 되었고, 도시의 특성상 규모가 클수록 기반시설과 문화교육시설의 집중으로 인해 응집력이 강해 대도시는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소도시는 점차 위축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도시를 제외하고 3년간 인구가 증가한 지역은 몇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대부분의 중소도시가 외부 인구의 유출과 경쟁력의 약화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특정도시집중화 현상은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국가별로 특정도시를 육성하기도 하고 상징적으로 일부도시를 건설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는 자생력과 특성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색깔을 가지면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처럼 인접지역과 산업적, 상업적 기능의 중복성으로 인한 경쟁적 관계이기보다는 대체적으로 상호보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변화과정이나 유행과는 상관없이 지역의 전통과 관습을 중심으로 자생력을 가지면서 서서히 변모하고 있다.

 예전에 미국 보스톤을 통해 동북부와 캐나다를 방문하다가 문득 이름 모를 도시를 들른 적이 있다. 원래의 목적지도 아니었고 관광지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은 메인주(Main) 포틀랜드(Portland)라는 5만정도의 해변가 소도시였다. 지리적으로 물을 가까이하고 있고 구릉지에 도심이 위치하여 어느 곳에서나 바다를 볼 수 있고 보행중심의 공간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역사적 시설물들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시의 정책을 은퇴한 사람들의 보금자리와 다양한 식당, 도보권내의 수공예품상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여기서는 도시의 번잡함과 화려함이 없이 아주 진솔한 방법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가추고 있었다.

 또 다른 도시는 캐나다수도 오타와(Ottawa)에서 미국 국경에 연접한 브락빌(Brockville)이라는 도시를 우연하게 방문하게 되었다. 로렌스강을 끼고 선형의 형태로 구성된 인구 3만 여명 정도의 소규모 도시였다. 일반적으로 대도시와 연접하게 되면 보통 흡수되거나 발전에 많은 어려움을 가지게 되지만 이곳은 틈새기능을 활용하여 많은 관광객과 나름대로 경제적 자생력을 갖추고 있는 곳이었다. 내륙의 주변지역에는 없는 물을 활용하여 수변기능을 최대한으로 개발하고 다양한 기능을 조성하여 캐나다 도시 중에서 상위의 소득을 가지고 있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선진사례에서는 많은 도시들이 아주 단순한 방법과 집중된 기능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규모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읍 정도이지만 실질적인 경제수준과 생산력, 그리고 삶의 질을 본다면 오히려 대도시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 도시들이 주는 교훈은 작지만 강한 지역, 작지만 경쟁력 있는 지역, 그리고 작은 것이 아름다운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무분별한 기능의 남발 그리고 무작정 많은 것이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생각과는 분명 차별성을 가지는 좋은 실천사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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