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오래전 내비 없이 전라도 고흥방면에서 해는 지고 어두운데, 넓은 벌판에 집한 채 보이지 않는 시골길을 헤맨 적이 있다. 갈림길이 어찌나 많았던지,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길옆으로 모내기가 끝난 논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만 요란했다. 사전정보 없이 어둠이 내린 낯선 곳에서 정말 난감했다. 내비 없이 초행에 갈림길을 앞에 두고 상대방에게 전화를 하면 연세가 있는 분이라 그런지 달만 따라 오라고 했다. '달 따라 쭉 오다보면 연못이 보이고 연목 왼쪽 첫 번째 집'이라고 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초행길에 전화 통화로만 찾아 가는 길이었으니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온 몸으로 진땀이 흐른다. 하물며 우리는 국내외 정세가 불안한 지금 대선을 앞두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지만 이정표가 없다. 캄캄한 밤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예부터 우리민족은 '농자는천하지대본야'를 근간으로 살아왔다. 허나 부농의 상징인 축산이 무너지고 쌀값도 보장 받지 못하고 기초과학조차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있는 사람들은 훨씬 나아지고 없는 사람들은 점점 먹고 살기 힘들어 지고 있다.

 이 나라를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 누구를 선택해야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 받을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든 이 난국을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다. 퇴근길에 넥타이를 풀고 시장에서 민초들과 소주한잔 하겠다고, 국민위에 군림하지 않겠다고, 지극히 당연한 일들을 목청 높이며 공략으로 내세울 일이던가! 이제는 제발 각자의 목소리만 키우지 말고, 좀 더 현실적이며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며 누구에게나 타당하고 공평한 공략으로 서로 손 잡고 머리를 맞대어 이 난국을 헤쳐가야 한다. 이 나라의 수장자리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봉사의 자리임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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