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삶에 있어 기쁨과 보람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에 있어 가장 소중한 배터리가 된다. 땅에 여린 뿌리를 박고 바람에 나폴 나폴 흔들리며 잘 자라는 그들을 보면 식자재가 아니라 내 자식들을 보는 것처럼 마냥 흐뭇하고 애틋한 마음이 일어 사랑스럽다. 읍사무소에서 시행하는 다섯 평정도의 텃밭을 일구게 되었다. 비닐이 씌워진 상태에서 포토 묘를 심을 만큼의 구멍을 내고 고추, 쌈 겨자, 당귀, 등 몇몇을 심었다. 물을 주며 병해 없이 잘 자라는지 살펴보는 일이 이제는 낙이 되었다. 퇴근이 아무리 늦어도 그들을 꼭 보러간다.

 요즘은 공무원의 청렴을 실천하기위해 그 어떤 선물도 주거나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스승의 날에도 감사의 마음을 담은 카네이션 한 송이 선물 할 수가 없다. 산업문화가 급속히 발달하다보니 인간의 삶의 양식들이 급격히 변화 되었고, 또 과학기술 문명 앞에서 우리는 더 많은 편리와 풍요를 추구하면서 정신적 가치보다는 물질에 더 가치를 두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사이는 점점 멀어지게 되어 서로를 신뢰하기가 어려워졌다. 소소하게 식자재로서 활용되는 상추 한포기 키우는 일도 사랑과 연민이 쌓이는데 스승과 제자 사이야 말로 얼마나 귀하고 돈독한관계인가!

 오래전 우리들 학창시절엔 경제적으로 대부분의 삶들이 팍팍했던 시절이었지만 애틋한 정들이 있었다. 아카시아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오월 스승의 날! 카네이션 한 송이 선생님 가슴에 꽂아 드리며 사제지간의 정을 나누던, 물질에 기준을 둔 것이 아닌 그저 마음과 마음으로 애틋한 마음을 품고 살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건, 결코 들어가는 나이 탓만은 아닐 것이다. 오월이 가기 전에 그동안 잊고 있었던 분들에게 안부전화라도 한통 띄워야 할까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